류현진 구속 KBO보다도 못한데, 왜 MLB 타자들은 당할까… 환장하는 이유가 있다

김태우 기자 2023. 9. 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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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 복귀 후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 류현진은 부상 전보다도 더 떨어진 구속이지만 이를 만회할 만한 특별한 장점이 있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5일(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잡은 선수는 애틀랜타의 영건 스펜서 스트라이더다. 스트라이더는 올해 169이닝을 던지며 무려 25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그런 스트라이더는 평균 시속 97.3마일(156.6㎞)에 이르는 강력한 패스트볼과 엄청난 각을 자랑하는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한다. 올해 슬라이더로 130개, 포심으로 111개의 삼진을 잡았다. 구종이 다양한 선수는 아니지만 포심과 슬라이더라는 전통적인 콤보의 위력이 워낙 좋다. 2S 이후에는 또 다른 구종인 체인지업을 사실상 버린다. 포심 구사 비율이 52.5%, 슬라이더가 40%로 전체 구사 비율의 92.5%나 된다.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은 삼진을 잡은 류현진의 팀 동료 케빈 가우스먼(222개)은 리그에서 스플리터를 가장 잘 던지는 투수 중 하나다. 올해 포심의 구사 비율은 50.5%, 스플리터의 구사 비율이 38.4%다. 포심으로 101개, 스플리터로 120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2S 이후로는 스플리터의 구사 비율이 54%까지 올라간다. 한 마디로 알고도 못 치는 구종이다.

김하성의 팀 동료이자 내셔널리그 유력 사이영상 후보인 블레이크 스넬(샌디에이고)도 2S 이후로는 결정구인 커브 비율이 쏙 올라간다. 전체 구사 비율은 10% 후반대인데, 2S 이후로는 33.6%나 된다. 게릿 콜(뉴욕 양키스) 또한 2S 이후로는 포심과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올라간다. 다양한 구종을 던질 줄 아는 리그 에이스급 투수들이지만, 역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는 가장 자신 있는 1~2가지 구종에 집중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류현진(36‧토론토)은 굉장히 특별한 투수다. 류현진은 소위 말하는 파이어볼러와 거리가 멀다. 올해 류현진의 포심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5마일(142.4㎞), 싱커 평균 구속은 87.8마일(141.3㎞)에 불과하다. 올해 포심을 200구 이상 던진 메이저리그 투수 중, 류현진보다 평균 구속이 더 느린 선수는 브렌트 수터(콜로라도‧86마일), 카일 헨드릭스(시카고 컵스‧87.7마일), 그리고 리치 힐(샌디에이고‧88.3마일)까지 세 명뿐이다. 포심 평균은 KBO리그 평균보다도 못하다.

그런데도 류현진은 팔꿈치 수술 복귀 후 8경기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2.93)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100마일(160.9㎞)의 공이 난무하는 시대에 90마일(144.8㎞)도 채 되지 않는 공을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건 단순히 제구력과 커맨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 두 가지 장점에 다양한 구종, 그리고 이를 모두 총괄할 수 있는 두뇌까지 갖춰 가능하다. 류현진이 아직도 리그 정상급 레벨에서 먹고 살 수 있는 결정적인 무기다.

▲ 류현진은 5가지 구종을 고른 비율로 구사하며 타자들의 예상을 벗어난다
▲ 류현진은 5가지 구종을 모두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 류현진은 2S 이후에 1~2가지 결정구에 의존하는 다른 투수들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연합뉴스/AP통신

캐나다 스포츠네트워크이자 토론토 주관 방송사인 ‘스포츠넷’의 베테랑 해설가 벅 마르티네스는 류현진의 장점에 대해 “타자들이 다음 공을 예상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올해 류현진은 포심 31.5%, 체인지업 23.1%, 커브 17.8%, 커터 16.5%, 싱커 11.1%의 구사 비율이다. 매우 고르다. 어느 하나의 구종을 노리고 들어가기가 힘들다. 여기에 다양한 구종의 구속 차이를 십분 활용하는 최고의 장점이 있다.

포심은 90마일 안팎, 체인지업은 70마일대, 커브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60마일대에 들어온다. 포심을 보더라인에 던졌다가, 체인지업을 그 자리에 던지고, 그 다음 커브를 또 그 자리에 던지니 타자들로서는 죽을 맛이다. 타자들이 류현진 공략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또 있다. 2S 이후 구종은 예측조차 안 된다는 것이다.

2S 이후 투수들은 가장 자신 있는 결정구를 던질 수밖에 없다. 이건 리그를 대표하는 탈삼진 머신들의 구사 비율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데 류현진은 종잡을 수가 없다. 15일까지 류현진은 2S 이후 포심 29.4%, 체인지업 23.0%, 커브 21.9%, 커터 21.4%의 비율로 투구했다. 다른 투수와 달리 네 가지 구종의 구사 비율이 매우 고르다. 마치 비율을 짜 맞춘 것 같이 던진다.

심지어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어느 한 구종에 의존하지 않는다. 카운트가 뒤져 있을 때 류현진은 포심 29.5%, 체인지업 27.3%, 커터 22.7%, 커브 15.9%의 비율을 보였다. 보통 스트라이크를 넣기 위해 패스트볼을 던지고 이것이 타자들의 승부수에 걸리는 경우가 있는데 류현진은 상대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넣기 용이한 패스트볼 비율이 별로 늘어나지 않는다.

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타자는 존을 좁히고 노림수를 가져가는 게 정석이다. 그런데 류현진은 노림수를 가지기가 불가능한 구사 비율을 보이고 있다. 경기 전 류현진을 분석할 때부터 헷갈릴 수밖에 없다. 노림수가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위험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올해 류현진의 루킹 삼진 비율이 높은 것도 이를 증명한다. 구속 차이가 큰 모든 구종들을 다 대비하기 어렵다는 게 드러난다.

▲ 류현진의 최고 장점은 타자들이 다음 공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합뉴스/AP통신
▲ 확실한 장점을 과시한 류현진의 FA 시장 값어치도 높아지고 있다 ⓒ토론토 구단 공식 SNS

예측이 어려우니 공을 보고 공을 맞힐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변화구 쪽의 빗맞은 타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올해 류현진의 체인지업 평균 타구 속도는 84.3마일(135.7㎞), 커브는 82.6마일(132.9㎞)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도 86.7마일(139.5㎞)이라는 뛰어난 지표를 찍고 있다. 류현진의 최전성기라고 했던 2019년 평균 타구 속도가 86.6마일(139.4㎞)이다. 이는 향후 류현진 영입을 고려하는 팀들에게 대단히 인상적인 자료가 될 수 있다.

투수는 나이가 들수록 구속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제구력과 감각은 그 노쇠화가 느리다. 류현진이 30대 중반의 선수지만, 여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건 영리한 두뇌 피칭이 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 시즌 투구 내용은 류현진이 여전히 2~3년은 더 메이저리그 A급 레벨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은 18일 보스턴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시즌 4승에 재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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