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게는 노탕후루존입니다"…'마라탕후루' 열풍의 이면
자극적인 맛에 위염·당뇨 우려…마라탕 재료 논란도
(서울=뉴스1) 조현기 윤주영 기자 = "우리 가게는 '노탕후루존'입니다. 다 드시고 입장해 주세요"
서울 시내의 한 카페 사장님 A씨는 얼마 전 옆에 들어온 탕후루 가게와 갈등을 빚었다고 고백했다. 탕후루를 구매한 후 카페로 넘어오는 손님들이 가게 테이블과 바닥에 시럽을 흘리거나 끈적거리는 꼬치를 가게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A씨는 "같은 소상공인끼리 이해하려고 했지만 참다참다 정도가 너무 지나쳐 옆집에 가서 한마디했다"면서 "탕후루로 인해 발생한 쓰레기는 끈적거리고 청소도 어려워서 참 곤란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탕후루를 갖고 가게에 입장하지 못하게 하는 '노탕후루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또 뾰족한 탕후루 꼬치에 찔려 환경미화원이 다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16일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최근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를 즐긴다는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유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갈등이 생겨나고 있다.
특히 설탕 시럽이 입혀진 끈적한 탕후루의 뒤처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과다한 당분 섭취로 당뇨 등 성인병 발병 위험도 제기되고 있다.
또 마라탕에 도전하는게 트렌드처럼 자리잡으면서 무리하게 도전하다 위염 등 소화기 계통의 질환을 호소하는 사례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마라탕에 들어가는 재료 위생 논란 등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탕후루' 가게 인근 온통 '끈적끈적'
최근 떠오르고 있는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사이 용리단길에 위치한 탕후루 가게 근처를 돌아보니 가게 주변에서는 버려진 꼬챙이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대부분 탕후루 가게들은 가게 내부에 쓰레기통을 마련하고 주위 가게나 길거리 위생에 피해를 끼치지 않게 조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손님이 포장(테이크아웃)을 해가는 상황이어서 한계가 분명했다.
탕후루 가게 매니저는 "우리 지점은 아니지만, 다른 지점에서 환경미화원이 꼬챙이에 찔려 다쳤다는 소식도 들었다"며 "가게 내부에 쓰레기통을 비치해도 손님들이 길을 가면서 버리는 것을 어떻게 통제하긴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본사에서도 이 점을 안내했고, 우리는 (가게에서 발생한 꼬챙이만은) 모아서 부러트린 뒤 배출하고 있다"며 "안전하게 운영하려고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가게에서 탕후루를 들고 나온 김모씨(26·여)는 이 문제의 본질은 '시민의식'이라면서 "가게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좀 더 노력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구매한 사람들이 끝까지 쓰레기를 안전히 처리해야 해결될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마라탕후루' 열풍 건강 우려…마라탕 재료 논란도 계속
길거리의 위생과 가게간 갈등 문제뿐만 아니라 두 음식 모두 과도하게 달거나 매운 탓에 자주 먹을 경우 건강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마라탕을 과도하게 먹을 경우 소화기와 심혈관 계통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오한진 을지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엄밀히 말하면 매운맛은 맛 아닌 '통증'이다. 매운맛은 위·식도·괄약근을 이완해 위염을 발생시키고 식도와 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마라탕은 매운맛과 더불어 짠맛이 강한데 나트륨 함량이 굉장히 높다. 특정 마라탕 제품의 경우에는 우리나라 나트륨 권장량의 5~6배가 되기도 한다"며 "고혈압 등 심혈관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탕후루의 경우 당뇨 등 성인병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단순당은 들어가자마자 혈당을 높여 인슐린 분비능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아 전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탕후루에 코팅된 설탕은 '단순당'으로 과잉 섭취시 비만과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친구들과 함께 '마라탕후루'를 먹는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초등학교 1·5학년 자녀를 둔 전모씨(39·여)는 "큰딸이 일주일에 2~3번씩은 친구들과 모여서 마라탕을 먹는 것 같다"며 "건강이 좀 우려돼 되도록 국물을 먹지 말라고 하고, 둘째는 백탕(덜 매운 국물)위주로 먹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마라탕 재료에 대한 관리 부실 문제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8일에 마라탕에 많이 사용되는 재료인 백목이 버섯 제품에서 잔류농약이 기준치보다 12배 많게 검출돼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회수 조치했다.
마라탕에 푹 빠진 장다슬씨(27·여)는 "마라탕 재료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일부러 (재료가 빨리 순환되는) 장사가 잘되는 집 혹은 가던 집(단골집) 위주로 간다"면서 "식약처 등에서 식품위생관리 잘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산역 근처에서 마라탕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은 재료의 위생적인 부분이 논란이 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며 "일부러 (가게를 만들 당시) 오픈주방으로 설계했고, 재료도 근처 전통시장에서 사와서 당일 소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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