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정수정, 연기돌의 성공적 성장 [N초점]

고승아 기자 2023. 9.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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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수정(에프엑스 크리스탈) 2023.9.14/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배우 정수정(크리스탈)이 강렬한 변신을 알린다. 1970년대로 완벽하게 돌아간 정수정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을 통해 기라성 같은 선배들 사이에서도 스크린을 꽉 채운 열연을 선사한다.

오는 27이 개봉하는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인랑'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김지운 감독의 신작이다.

정수정은 극중 라이징 스타 한유림 역을 맡았다. 한유림은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젊은 여공 역을 맡은 주연 배우이자 차기작이 줄줄이 서 있는 대세 배우로, 어떻게든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촬영해야만 하는 김감독의 애를 태우다 가장 마지막으로 재촬영에 합류한다. 그는 조감독의 '하루면 된다'는 말이 거짓말임을 알고 빠져나갈 궁리를 하며 온갖 히스테리를 부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가진 당찬 인물이다.

이처럼 화려한 외모, 도발적인 매력까지 갖춘 라이징 스타 한유림을 연기한 정수정은 '거미집'과 동명의 영화 속 영화를 자연스럽게 오가며 자신만의 매력을 펼친다. 그는 특유의 도도하고 자신감 넘치는 매력을 살려 '영화 밖' 한유림을 완성했다면, 영화 속 영화에서는 반전을 꾀하는 인물로서 극에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또한 한유림의 히스테릭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해 하이톤의 날카로운 말투와 강렬한 눈빛을 살려 스크린을 장악했다. 한유림이 현장에서도 당대 최고의 스타들인 이민자(임수정 분), 강호세(오정세 분) 등에 기죽지 않듯, 실제로도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박정수, 장영남 등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매력을 펼친 것이다.

'거미집' 정수정 스틸컷

영화 측에 따르면 정수정은 김지운 감독과 장면에 대해 디테일하게 모니터하며 70년대 캐릭터를 실감 나게 완성했다. 특히 70년대 특유의 연기 톤도 자연스럽게 소화했는데, 이에 대해 정수정은 "한 번도 접해보지 않아서 감독님의 시범을 보고 확실히 감을 얻었다"라며 "클립들도 찾아보고 레퍼런스로 계속 봤다, 그러다 보니까 현장에서 연기할 때 모두가 그렇게 연기하니까 자연스럽게 됐다"고 밝혔다.

정수정은 한유림 역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는데, 앞서 칸에서 진행한 뉴스1과 인터뷰에서 "유림이가 너무 찡찡대는 캐릭터로 보일까 봐 걱정했는데, 찡찡대고 마는 친구는 아니고 또 할 건 다 하는 친구더라"며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했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고민과 준비 끝에 정수정은 '거미집'을 휘어잡는 활약을 펼쳤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정수정은 모든 순간, 매 호흡들이 오차 없는 계산과 순발력, 영화와 캐릭터에 대한 해석으로 정확한 표현을 보여준다"며 "'거미집'은 정수정이 배우로서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될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송강호도 "가수 출신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며 "배우로서 작은 영화부터 계단을 밟아오는 성실함과 열정이 있다, 처음 만났을 때 '애비규환'이라는 작품을 너무 잘 봤다고 얘기했는데, 지금의 정수정이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초석이 됐던 작품"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 소중한 자산이 될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9년 걸그룹 f(x)(에프엑스)의 크리스탈로 데뷔한 그는 이듬해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으로 연기에 도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상속자들' '슬기로운 감빵생활' '플레이어' '크레이지 러브' 등으로 차근차근 역할을 키워오며 자신의 역량을 쌓아왔다. 여기에 스크린 데뷔작인 '애비규환'(2020)과 넷플릭스 영화 '새콤달콤'으로 일상 연기도 탁월하게 소화해 호평을 얻었는데, 이번 '거미집'을 통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을 받아 칸을 방문하며 다시 한번 스크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한 것. 정수정의 스크린 활약이 어떻게 이어질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seung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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