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도 말리지 않은 유족의 피맺힌 '절규'…여전한 '슬픔'[사건의 재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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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와 외식을 오붓하게 갖기 위해 나서는 저녁길.
여느때와 같은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60대 부부와 20대 여성은 지난 8월3일 저녁 청천벽력같은 비극을 겪는다.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될 때 '사건으로 병원에 계신, 또 돌아가신 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던 만큼 최원종은 혐의를 인정할 줄 알았다.
방청온 취재진과 유족 모두 기막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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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뉴스1) 유재규 기자 = 사랑하는 아내와 외식을 오붓하게 갖기 위해 나서는 저녁길.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즐거운 귀갓길….
여느때와 같은 소소한 일상을 보내던 60대 부부와 20대 여성은 지난 8월3일 저녁 청천벽력같은 비극을 겪는다.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차량테러·흉기난동 사건'의 피고인 최원종(22)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일면식도 없고 원한 관계도 아니다.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에 따른 범죄다.
최원종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시민 5명을 덮치고, 백화점 1~2층에서 소지한 흉기 2자루로 시민 9명에게 무차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됐다.
차량으로 시민을 쳐 다치게 하면 흉기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차량테러를 우선 벌인 것이다.
차량에 들이받힌 시민 가운데 A씨(60대·여)와 김혜빈씨(20대·여)가 뇌사상태에 빠져 연명치료를 받아 왔지만 결국 8월6일, 28일 각각 숨졌다.
최원종의 범행동기와 진술은 유족을 더 아프게 했다. 최원종은 "스토킹 집단이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범행했다"면서 "사건으로 다치고 숨진 시민 가운데 스토커가 있다고 생각든다"고 밝혔다.
A씨의 남편 B씨는 "후진국 때 태어나 중진국 때 열심히 직장에서 일했고 선진국이 돼서야 은퇴해 제 인생으로 여유를 가지려고 했다"며 "인도에서 아내랑 이야기 하며 가는데 갑자기 뒤에서 모닝 차가 지나갔다. 아내가 쓰러져가지고 이별을 생각 못했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감당하냐"고 말하며 그때의 일을 힘겹게 떠올렸다.
"이번 사건으로 말귀가 어두어지고 귀가 먹먹해졌다"는 B씨는 눈을 질끈감아가며 떨리는 손으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하나밖에 없는 사랑스러운 딸을 잃은 혜빈씨의 유족은 "사형 선고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최원종에 대한 법정 최고형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혜빈씨는 꽃다운 20대를 마음껏 펼치지도 못했다. 포켓몬스터를 좋아하고 언제나 밝고 명랑해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 좋다고 기억하는 친구들.
그림 그리기를 곧잘해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는 혜빈씨를 친구들과 가족들은 절대 떠나 보낼 수 없었다.
지난 14일 살인, 살인예비,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원종(22)의 공판이 처음 열렸다.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 낭독 후, 재판부는 최원종에 대해 혐의 인정 여부를 물었다. 법정 내 설치된 에어컨 팬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모두가 숨죽여 변호인의 대답에 귀를 귀울였다.
경찰에서 검찰로 송치될 때 '사건으로 병원에 계신, 또 돌아가신 분께 죄송하다'고 밝혔던 만큼 최원종은 혐의를 인정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귀를 의심할 정도의 변호인 대답은 뜻밖이었다.
법무법인(유한) 대륜 소속 변호인들은 "검찰의 수사기록, 증거목록 등 열람등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아 기록을 검토한 후에 혐의 인정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변호인 측의 열람등사가 늦은 이유는 지난주에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신청이 들어온 즉시, 허가를 내줬다.
방청온 취재진과 유족 모두 기막혀 했다. 유족들은 "개XX" "이럴거면 왜 나왔냐" "나쁜XX"라며 결국 차오르는 분노를 표출했다. 재판부도 이를 말리지 않았다.
10분 만에 허무하게 끝나버린 첫 공판. 법정에서 나온 B씨는 "살인자에게 인권이 존중되면 안된다"고, 혜빈씨 친부는 "(최원종의) 숨통을 끊고 차라리 내가 감옥 가겠다"고 각각 울분을 토했다.
한편 최원종의 재판은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진행 중이며 2차 공판은 오는 10월10일에 열릴 예정이다.
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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