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공군병은 모를 걸?'… 해군 함정 근무의 매력 [요즘군대]
전기·전자 계열 지원요건 폐지… 일부 계열은 희망지 복무
[편집자주] '요즘 군대'는 우리 군과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는 뉴스1의 연재형 코너입니다. 국방·안보 분야 다양한 주제를 밀도 있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외국 군인들과의 훈련을 통해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문화탐방 시간엔 타국 부대원들과 부대 상징물인 코인을 교환하고 하와이 관광도 할 수 있었습니다. 타군에 지원했다면 절대 해볼 수 없는 귀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해군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의 전탐병 이종무 병장의 말이다. 이 병장은 작년 6~8월 미국 하와이 근해에서 실시된 '2022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에 참가했다.
또 국군 유일의 전투 파병부대인 소말리아 해역 호송전대 '청해부대' 제39진으로 지난 6월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해군 어학병 김진서 상병은 구축함 '충무공이순신함' 승조원으로서 아덴만 일대에서 우리 선박 통항을 보호하고 세계 안보·안정에 기여했단 데서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 같은 경험이 "인생의 큰 영광"이라고 전했다.
해군 병사는 육군·공군 등 다른 군 병사들보다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많은 편이다. 2년에 1회씩 격년제로 실시되는 림팩은 해군 병사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큰 규모의 해외훈련이다.
함정을 타는 모든 병사가 해외훈련에 참가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해군이 참가하는 연 10여회의 해외훈련 기간 중 회당 약 50~100명의 병사가 해외에 나간다.
청해부대는 1990년대 시작된 '소말리아 내전'과 함께 인근 해역에서 해적에 따른 피해가 급증하자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근거, 2009년 처음 파병된 해군 소속 부대다. 청해부대원이 되면 다국적군의 일원으로서 평화 유지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월 약 220만원의 수당도 받을 수 있다.
세계 일주에 버금가는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순항훈련에도 해군 병사들이 함께한다. 해사 4학년 생도들은 매년 임관을 앞두고 장교에게 전문지식과 실무 적응능력을 키우기 위해 순항훈련을 한다.
올해는 훈련함 '한산도함'과 군수지원함 '화천함'으로 구성된 순항훈련전단이 지난달 28일 진해 군항을 출항했다. 이들은 내년 1월 중순까지 141일간 미국과 캐나다, 영국, 이집트, 일본 등 13개국 14개항을 방문한 뒤 돌아올 예정이다.
배를 타는 함정 근무는 해군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충무공이순신함'의 김 상병은 "함정의 가장 큰 매력은 밥이 맛있다는 것이다. 함정은 식비 예산이 풍족하고 조리관이 우수하다"며 "지휘관부터 병까지 모두 같은 음식을 먹는다. 식사 시간을 기다리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했다.
함정 근무를 하면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깨끗한 밤하늘과 수많은 별, 그리고 야간 기동시 파도와 함께 부서지는 플랑크톤의 형광빛 등도 만끽할 수 있다. 운이 좋을 땐 돌고래 떼도 볼 수 있다고 한다.
'한산도함'의 김태현 병장은 "별과 은하수를 보고 있으면 마치 우주공간에 있는 것 같아 힘들었던 하루를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구축함 '세종대왕함'의 이종무 병장도 "수평선 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밤하늘 별들과 함께 낭만을 꿈꿀 수 있다"고 했다.
해군에서 함정 근무가 가능한 계열(특기)엔 일반·전산·조리·전자·통신·기관·전기·의무 등이 있다. 어학병과 군종병, 위생관리병 등 일부 전문특기병도 배를 탈 수 있다.
함정 근무를 하는 병사에겐 각종 인센티브도 부여된다. 기본적으로 주 1회 평일 외출을 할 수 있다. 또 병사가 4개월 이상 함정 근무를 한 뒤에도 육상부대 전출을 희망하지 않고 계속 함정 근무를 하면 복무기간(20개월) 중 보상휴가를 포함해 50일 이상의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함정에서 근무하는 병사에겐 월 3만2700원의 '함정근무 수당'과 일 4000원의 '출동가산금'도 지급된다. 출동 또는 훈련 뒤 입항했을 땐 필요에 따라 전투휴무 1일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함정 근무란 '이색' 경험과 각종 인센티브 부여에도 불구하고 해군 병사의 인기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에 따른 병역 자원 감소 추세 속에 병사 기준 복무기간이 육군보다 2개월 더 긴 20개월이란 점, 배를 처음 탈 때 겪을 수 있는 뱃멀미 등 어려운 복무 여건, 그리고 비교적 위험한 근무 환경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2018년 당시 201.9%에 이르렀던 해군 병사의 모집계획 대비 실제 지원률은 2019년 189.2%, 2020년 173.5%로 줄었다가 2021년 225.3%로 반등했으나, 작년엔 124.9%였고 올해는 7월 현재 142%다.
이에 해군과 병무청은 병역 의무 대상자들의 해군병 지원률을 높이기 위해 함정 근무시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 4월부터 시행된 '함정근무병 조기 진급' 제도가 그 중 하나다. 함정에서 근무하는 해군 병사는 이 제도를 통해 '일병→상병' 진급은 최대 2개월, '상병→병장' 진급은 최대 1개월 단축이 가능하다.
또 오는 11월부턴 함정·육상 근무 희망자를 통틀어 해군병의 전기·전자 계열 입영자 지원요건이 폐지된다. 현재는 전공자 또는 자격·면허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다.
그리고 12월 입영자부턴 일반·조리·기관 등 일부 계열의 경우 희망 복무지역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복무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없어지면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 군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고 복무 자긍심도 높아져 전투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게 병무청의 설명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해군은 병사로 지원하더라도 각국 연합훈련 참가 경험과 청해부대 파견 복무가 가능한 등 타군 병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그에 따른 만족도도 높다"며 병역 의무 대상자들의 해군병 지원을 독려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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