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버스 치더니 쌩…'음주 직감' 퇴근길 경찰이 쫓아갔다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근무 중이든 퇴근길이든 제 직업은 경찰이잖아요."
지난달 17일 오후 8시20분쯤 서울 강북구 송중동 사거리. 서울경찰청 202경비단 62경비대 소속 안근석 경장(26)은 퇴근길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다 뒤편에서 '쾅' 하는 충격음을 들었다. 안 경장의 차로를 향해 우회전하던 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더니 안 경장의 뒤를 따르던 차를 치고 그대로 달아난 것이다.
안 경장은 곧바로 차에서 내려 뛰어갔다. 태권도학원 통학버스인 노란 승합차의 뒤 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차에 타고 있던 아이들 4명이 경상을 입을 정도의 충격이었다.
학원 차량 인솔 교사에게 112신고를 부탁한 안 경장은 곧바로 자신의 차에 몸을 실었다. 가해 차량 운전자가 음주 상태인 것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안 경장은 "근무 중이든 퇴근길이든 제 직업은 경찰이지 않으냐"며 "눈앞에서 범죄 피해를 목격했는데 신고만 하고 넘기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다"고 했다.
안 경장은 먼저 도주하던 흰색 엑센트 차량의 번호판을 되뇌었다. 가해 차량이 충격하자마자 달아났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안 경장은 번호판을 확인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도주로를 따라 가해 차량을 추격하던 안 경장은 인근 빌라촌에 주차 중이던 해당 차량을 발견했다. 운전자가 주차하는 동안 112에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위치를 알렸다.
주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제지하면 도주하거나 2차 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내 운전자가 주차를 마치자마자 안 경장은 자신의 차를 그 옆에 갖다 댔다.
안 경장은 운전자인 남성 A씨에게 자신이 경찰임을 고지하고 내릴 것을 요구했다. A씨는 음주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물 마시고 싶다"며 자리를 뜨려고 시도했다. 안 경장은 A씨가 현장을 뜨지 못하도록 막은 뒤 이어 도착한 강북경찰서에 A씨를 인계했다.
안 경장이 소속된 202경비단은 대통령실 외곽 경비 임무를 맡는다. 일근, 일근, 당직(오전 9시~다음날 오전 9시), 비번 순으로 돌아가는, 고된 교대 근무체계다. 사건 당일 안 경장은 일간 근무를 마친 뒤 퇴근하고 헬스장에 들렀다 귀가하던 길이었다.
안 경장은 "몸이 반응하듯 추격하게 됐고 안전하게 검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안 경장은 노원경찰서 당현지구대 소속이었던 지난해 12월 31일 다수의 범인을 검거한 공로를 인정받아 순경에서 경장으로 특진했다. 21년 4월 순경 계급장을 달았으니 1년 8개월 만의 고속 승진이다.
안 경장이 이처럼 '열혈 경찰'이 된 데에는 경찰 선배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안 경장의 아버지는 최근까지 약 25년간 형사 생활을 하다 현재 여주경찰서에서 지역경찰로 근무하고 있다.
안 경장이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묵묵한 경찰'이었다고 한다. 안 경장은 "아버지는 승진이나 명예 같은 데 욕심을 내기보다 형사라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계셨다"며 "언제나 일에 열중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아버지 덕에 안 경장의 친누나도 함께 경찰 조직에 몸담고 있다.
안 경장은 아버지를 따라 수사 부서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 경장은 "아버지를 보며 어려서부터 막연하지만 형사 생활하는 꿈을 키워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경장은 "정말 하고 싶었던 경찰이란 직업을 갖게 됐는데 처음의 사명감을 잃지 않는 경찰이 되고 싶다"며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면 내가 희생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최근 강력사건으로 시민들의 불안감이 많이 높아진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직장에서나 퇴근해서나 경찰관으로서 사명감 갖고 범죄 예방을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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