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금바오(金寶)] 여자핸드볼 강은혜 "아시안게임 3연패요? 무조건 해낼 거예요. 무조건 합니다!"
"아시안게임 3연패요? 무조건 해낼 거예요. 무조건 합니다!"
한국 여자 핸드볼대표팀의 역대급 '피벗'으로 꼽히는 강은혜(27·SK슈가글라이더즈)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목표를 1초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명실공히 '아시아 최강' 여자 핸드볼의 자존심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아시안게임에서 1990년 베이징 대회부터 단 한 차례(2010년 광저우 대회 3위)만 제외하면 전부 정상에 올랐고,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선 총 19번 중 16번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3연패를 넘어 다시 연승을 위한 도전 무대다.
"대표팀 선수들 모두 결의에 차 있어요. 다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무조건 해내자'는 의지가 강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많이 응원해 주시면 가능할 것 같아요.(웃음)"
강은혜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달 23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 최종전에서 일본을 꺾고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었기 때문이다. 이번 예선에서 한국은 인도(53-14 승), 중국(33-20 승), 카자흐스탄(45-24 승)을 차례로 꺾고 3연승으로 일본과 마지막 경기를 가졌다. 전승을 한 1위만이 파리올림픽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은 일본과 역대 전적에서 40승 1무 5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으나, 이날 힘겨운 싸움을 했다. 일본에서 열린 경기인 데다 홈 관중들의 일방적인 응원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경기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자리를 가득 메운 1,500여 명의 관중들은 북소리에 맞춰 "닛폰!(일본)"을 연호하고 파도타기를 펼쳤다. 한국 응원단이었다면 고스란히 힘이 됐을 테지만 상대편이다 보니 그야말로 고문에 가까웠다. 강은혜는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사실 신경이 좀 쓰였다. 경기 중 감독님과 동료들끼리 소통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래서였을까. 한국은 경기가 시작되고 0-5까지 끌려갔다. 슈팅과 패스가 정확하게 들어맞지 않았고, 일본 수비에 막혀 턴오버가 자주 나왔다. 어찌 보면 일본 관중들의 의도적인(?) 응원이 성공한 셈이었다. 헨리크 시그넬 여자 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경기 시작 5분 만에 타임아웃을 요청했고, 전열을 정비한 한국 대표팀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피벗 선수들이 전반의 시작과 끝을 담당했다. 김보은(26·삼척시청)이 첫 득점을 했고, 강은혜가 전반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극적으로 1점을 만회해 14-15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강은혜는 "저는 사실 그거 못 넣을까 봐 조마조마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과 일본은 후반에도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펼쳤다. 결국 한국이 25-24로 힘들게 승리를 챙기며 세계 남녀 핸드볼 역사에 전례가 없는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경기력이 좋았다고는 볼 수 없었다. 지난해 12월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도 일본에 전반 6점 차(10-16)로 지고 있다가 연장 승부 끝에 역전승(34-29)을 거뒀다. 좋게 말하면 한일전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여길 수 있으나, 그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강은혜도 "이번에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한국은 아시아 최강임에 틀림없지만 일본의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일본 선수들이 예전에는 신장도 작고 경기력도 떨어졌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일본 내 여자 핸드볼 프로팀들이 많이 생겼고, 해외 진출하는 선수도 많아 경쟁력이 올라섰어요. 일본은 성장하는 추세고, 한국은 실업팀이 없어지는 가운데 성적만 요구하니까 더 힘들어지고 있어요. 여자 핸드볼 실업팀이 8개밖에 안 되거든요."
강은혜는 파리올림픽 아시아 예선 최종전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 들어선 순간 너무 놀랐다고 한다. 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보다 더 많은 팬들이 환영해줘서다. 강은혜는 "깜짝 놀랐다. 그렇게 많은 분들이 모여서 축하해 주신 건 처음이다. 4년 전 금메달 땄을 때보다 더 환영받았다. 놀랐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국제 대회만 하면 좋은 성적을 바라는 언론과 국민들에 서운하지 않으냐고 물었다. 강은혜는 이 역시도 1초의 망설임이 없었다. "이거라도 잘해야 관심 가져주시니 오히려 힘이 돼요. 전혀 서운하지 않아요. 더 열심히 하게 됩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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