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옆에 있는데도 '스토킹 피해자'는 왜 두려울까[기자의 눈]

김예원 기자 2023. 9.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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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한 역사에서 근무하는 역무원의 말이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발생 1년(지난 9월14일)을 앞두고 서울 지하철 역사를 취재하다가 이 역무원을 만났다.

가해자의 스토킹 수준이 심각할 경우 경찰은 신변보호의 일환으로 피해자의 출·퇴근 길을 동행한다.

신당역 사건은 지난해 9월14일 전주환(32)이 스토킹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 A씨를 역 내 화장실에서 살해한 강력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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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환 사건' 1년…법·제도 개정됐지만 인식 개선 '아직'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1주기를 맞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지하철 신당역 10번 출구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신당역 사건 1년 여러분은 안전하십니까?' 문구가 붙어있다. 2023.9.14/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2인 1조로 근무하지 않으면 위험해지는 사회가 제일 문제 아닐까요?"

서울 지하철 한 역사에서 근무하는 역무원의 말이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발생 1년(지난 9월14일)을 앞두고 서울 지하철 역사를 취재하다가 이 역무원을 만났다. 2인 1조 순찰과 안전 장비 착용 등 서울교통공사의 재발 방지 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기사가 쏟아지던 시점이었다.

역무원은 말을 이어갔다. 서울교통공사는 고충 창구 등 여러 제도를 마련했고 국가도 법 개정으로 안전망을 보완했지만 일터에서 느끼는 불안은 여전하다고. 정작 위험에 처했을 때 서울교통공사와 경찰에 도움을 청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무원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신당역 사건'이 터지고 한 달쯤 지났던 작년 10월이었다. 지구대 순찰차가 자주 돌아다니기에 무슨 일인지 경찰관에게 물었다. 경찰관은 상습 스토킹 피해 신고자들의 출·퇴근길 동행 업무를 수행 중이라며 말했다.

"경찰이 같이 있어도 피해자들은 무서워하시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면서."

역무원의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가해자의 스토킹 수준이 심각할 경우 경찰은 신변보호의 일환으로 피해자의 출·퇴근 길을 동행한다. 그러나 함께 길을 가고 있어도 피해자들은 휴대전화를 계속 보거나, 주위를 둘러보며 불안해한다고 한다. 스토킹 피해자들의 직업은 자영업자부터 회사원까지 다양하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스토킹'만 입력해도 직장 및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가 가해자는 보복하고 기관들은 미온적으로 대처할까 봐 걱정된다는 글이 여전히 수두룩하다.

어느 한 시민단체의 통계에 따르면 피해자 10명 중 7명은 스토킹을 참거나 모르는 척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움을 청해도 상황이 해결될 것 같지 않거나 인사 등 불이익을 당할지 우려돼서다.

신당역 사건은 지난해 9월14일 전주환(32)이 스토킹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 A씨를 역 내 화장실에서 살해한 강력범죄다. 이 사건 발생 후 현행법은 피해자 신변 보호의 요건을 강화했고 스토킹 처벌법 개정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도 폐지했다.

그러나 지난 7월 인천에서는 한 여성이 전 직장동료였던 30대 남성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살해당했다. 고인의 휴대전화에는 스토킹 관련 검색 기록이 가득했다. 신당역 사건 피해자가 전주환의 스토킹을 '3년'이나 당하며 느꼈던 불안과 인천 스토킹 사건 피해자의 휴대폰 사용내역에 담긴 불안의 본질은 다르지 않다.

법과 제도의 변화가 스토킹 피해자들의 일상에 스며들기에 아직 멀리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우리 사회의 인식부터 개선돼야 법과 제도가 자리잡지 않을까. 사적 애정 관계가 아닌 '범죄'로 스토킹을 인식했을 때 우리 사회는 '제2의 전주환'을 막을 수 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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