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모로코에서는 큰 지진이 있었고, 며칠 뒤 리비아에서는 지중해 사이클론에 의한 홍수로 댐이 붕괴되면서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지중해 사이클론이 빈도는 줄면서 강도는 올라가고 있습니다. 모로코의 진도 6.8의 강진은 100여년만에 찾아온 예상 못한 사태라 이해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리비아는 완전히 예측가능했던 일이었습니다. 이미 사이클론 다니엘이 그리스를 강타하고 리비아 방면으로 이동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리비아의 현 정치상황입니다. 리비아는 석유자원이 많은 나라이고 한 때 북아프리카에서는 꽤 잘 사는 부국이었습니다. 독재자 가다피가 지배해서 정치외교적으로는 문제가 있었지만 최소한 국가의 거버넌스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리비아는 애초부터 근본적으로 불안을 품고 있습니다. 서로 무관하게 살아온 종족들, 민족들을 식민통치자인 이탈리아가 행정과 통치의 편의를 위해 하나의 나라로 묶어버린 것이 현재의 리비아입니다. 이렇게 분열되기 쉬운 리비아가 가다피 몰락 이후 내전상태에 빠져버렸던 것입니다. 현재도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하는 서부 리비아는 투르키예(터키)와 카타르의 지원을 받아 버티고 있고, 동쪽에는 하프타르 장군의 군벌이 지배하는 사실상의 정부가 별도로 존재합니다. 이 동부 리비아는 이집트, UAE,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에 댐이 붕괴되어 최대 2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르나(Derna)시는 동부 리비아에 있는데, 가다피 통치기간 중에도 반(反)가다피 투쟁의 근거지 중 하나여서 중앙정부가 행정을 거의 방치해두고 있던 도시였습니다. 가다피 몰락후에는 내전을 겪으면서 더욱 행정이 안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동부 리비아의 관계 장관들도 이번에 붕괴된 댐이 "상당기간 동안" 전혀 관리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두 개로 나뉘어져 있다보니 해외에서 자원봉사단이 입국하는데에도 걸림돌이 많습니다. 서부 리비아 정부의 비자를 받아 트리폴리 국제공항으로 입국해서 동부의 군벌지배 지역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이클론 다니엘은 그리스에도 리비아에도 많은 비를 뿌렸지만 국가의 거버넌스가 작동하느냐 못하느냐는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협의내용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체로 북한이 포탄, 미사일 등을 러시아에 제공하고 러시아는 반대급부로 로켓 기술 또는 식량, 연료 등을 북한에 제공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습니다. 그런데,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언급내용 중 주목해야 할 표현이 있습니다. 그는 "조·로(북러) 관계를 대외 정책에서 제일 최중대시하고 발전시켜나가려는 것은 우리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에 가장 가깝게 지내왔던 것으로 보이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최중대시(最重大視)"하겠다고 했고 그 의미를 한번 더 강조하기 위해 "제일 최중대시"라고 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접근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아직은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중국과의 관계에 모종의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은 내년 말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되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푸틴과 가깝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푸틴은 급하게는 부족한 탄약을 얻으려는 의도도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의 약해진 군사력으로는 극동지역을 관할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에 북한과의 협력을 강화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국은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아직 공식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북한 지도자의 러시아 방문은 북러 사이의 일"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북 요청을 공식적으로 수락했습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월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친러 국가인 아르메니아가 미국과 연합훈련인 '이글 파트너 2023'을 시작했습니다. 미군 85명, 아르메니아군 175명이 참여하는 이번 훈련은 규모는 크지 않지만 외교적인 의미는 매우 큰 '사건'입니다. 아르메니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동맹국이었는데 몇 년 전에 있었던 아제르바이잔과의 분쟁에서 러시아가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아 실망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르메니아는 이웃나라인 아제르바이잔과 국경문제와 소수민족 문제 등으로 갈등을 겪어왔는데, 분쟁이 발생했을 때 튀르키예(터키)가 같은 투르크계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을 적극 지원한 데 반해 러시아는 아르메니아 지원에 적극적이지 않았습니다. 러시아가 이번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졸전을 펼친 점, 그리고 이번 전쟁을 통해 군사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볼 때 앞으로 구소련 국가들의 러시아 거리두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학생들의 등교시간을 늦추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뉴욕주 시라큐스의 고등학생들은 아침 7시 25분까지 등교해야 한다고 합니다. 미국의 공립학교들은 대부분 오전 8시경 전후가 등교시간입니다. 남부의 학교들은 좀 더 일찍 등교하는데, 루이지애나주 학생들은 보통 7시 45분까지 등교해야 합니다. 문제는 이러한 이른 등교가 어린 학생들의 신체리듬에 맞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11시 취침, 8시 기상'이 어린 학생들의 신체리듬에 맞다고 합니다. 2014년에 미국의 소아과의사협회(AAP)의 한 보고서는 8시 30분 이후로 등교시간을 조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질병통제센터(CDC)의 보고서도 등교시간을 늦춰 학생들이 좀 더 충분히 잠을 잘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들의 한 연구에 따르면 등교시간을 늦췄더니 결석과 교칙위반이 줄었고, 학생들의 성적도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대도시 근교의 경우 맞벌이 부모의 긴 통근거리도 논의에 포함시켜야 할 것입니다. 미국 공립학교가 지금까지 8시 전후를 등교시간으로 지켜왔던 것은 나름 이유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정책 결정에 있어서 고려해야 할 변수는 많습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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