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국가'가 낳은 리비아 참사…자구책 찾는 국민들
리비아 양대 정부, 부실 대응 의혹 은폐 노력
시민들, 직접 복구 지원…"아이 입양하겠다" 온정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지난 10일(현지시간) 폭풍 대니얼 강타를 맞은 리비아 북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에서 사망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붕괴한 국가 시스템이 이번 참사를 낳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참사 이전부터 홍수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지만, 정치적 불안정이 이를 모두 묵살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데르나 댐, 유지보수 필요하다"…일 년 전 경고에도 손 놓은 군부
데르나는 고지대에서 지중해로 흐르는 와디 데르나 강으로 양분돼 있다. 댐은 상류에 한 개, 도시 인근 하류에 한 개 설치돼 있었다.
지난 10일 대니얼 강타로 상류에 있던 댐이 먼저 무너졌다. 그 여파로 수량이 급증하자 하류 댐도 터졌고, 강물은 순식간에 도시를 할퀴었다.
댐이 콘크리트가 아닌 흙이나 암석으로 만들어진 점도 원인으로 제기된다.
드라간 사비치 영국 엑서터대 수력공학 교수는 "(흙이나 암석으로 만들어진) 댐은 물이 용량을 초과하는 '오버토핑'에 취약하다"며 "콘크리트 댐은 오버토핑을 견딜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암석을 채워 만든 댐은 견딜 수 없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내전 이후 댐 유지·관리가 사실상 방치되면서, 이번 참사는 예견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학계 등에서 홍수 위험 가능성을 경고하며 댐 관리 필요성을 호소했지만, 정부가 이를 무시했다는 지적이다.
리비아 양분한 두 정권…책임 회피에만 급급
리비아는 현재 동부와 서부 정부가 나눠 장악하고 있으며, 각 정부는 법무부에 각각 대홍수 참사 관련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법무부는 리비아 전역에서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
조사에는 폭풍 당시 데르나 보안 당국이 주민들에게 통행금지령을 내렸다는 의혹과 함께 미흡한 댐 관리 등이 대상에 오를 전망이다.
독일 출신 리비아 전문가 볼프람 라커는 이를 두고 양대 정부가 부실 대응 의혹을 은폐하려는 노력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라커는 "두 정부는 누가 (참사에) 대응하고 지원을 제공하는지 대중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동부 정부는 구호 활동 방해 의혹을 덮기 위해 댐 붕괴 원인 조사를 요청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불신하는 국민들…"우리가 돕자" 복구 지원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현지에선 서로를 돕는 훈훈한 모습이 리비아 전역에서 보이고 있다.
수도 트리폴리 인근 도시 미스라타에선 시민들이 거처 제공에 나서고 있으며, 리비아 남서부 도시 사바의 한 정비사는 데르나로 자원봉사를 떠나는 사람들에게 타이어와 자동차 정비를 무료로 제공했다.
부모 잃은 아기를 입양하거나 신생아 및 고아에게 모유를 제공하겠다는 여성도 있다.
리비아 작가 할레드 마타와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시민사회와 언론의 자유가 필요한 이유"라며 "정치 때문 이런 일이 벌어지고 소외와 방치가 산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리비아 적신월사의 14일 발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파악된 사망자 규모는 1만1300여명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는 1만100여명으로, 이를 고려할 때 전체 희생자 수는 2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 당국자와 의료진도 도시 피해 규모에 미뤄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데르나 인구(10만여명) 5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감언론 뉴시스 hey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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