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걸 부녀, 항저우에 뜬다

최수현 기자 2023. 9. 16.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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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클라이밍 국가대표팀 서종국 감독·서채현 선수
아빠는 두손으로, 딸은 한손으로 매달려 -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을 앞둔 스포츠 클라이밍 대표팀 선수 서채현(오른쪽)과 그의 아버지 서종국 감독이 지난 13일 서 감독이 운영하는 서울 실내 암장 인공 암벽에 매달려 있다. “넘지 못하던 걸 넘어 완등하는 순간 드는 엄청난 성취감이 클라이밍의 매력”이라고 했다. /김지호 기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스포츠클라이밍 대표팀 서종국(50) 감독은 20대에 처음 클라이밍을 접했다. 취미로 시작했다 푹 빠져 스포츠클라이밍과 아이스클라이밍(빙벽 오르기) 선수로 활동했고, 자기 이름을 내건 암장(巖場)도 차렸다. 클라이밍 수강생 전소영(50)씨와 결혼해 딸을 얻었다. 부부는 첫돌도 안 지난 딸을 등에 업고 이 산 저 산을 올랐다.

딸에게 산과 바위는 놀이터였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대회에 나가 언니 오빠들 틈에서 꼴찌를 했는데도 클라이밍이 재미있었다. 방학마다 부모와 미국·그리스 등 해외 등반을 다니며 꿈을 키웠다. 그 딸이 국내 스포츠클라이밍 간판스타이자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 서채현(20·노스페이스·서울시청)이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구 실내 암장 ‘서종국 클라이밍’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감독과 선수이면서 부녀, 사제, 선후배 관계이기도 하다. 서 감독은 2021년 말 국가대표팀에 부임했다. 서채현은 “늘 아빠에게 배웠기 때문에 대표팀 감독과 선수로 만나도 별로 다를 게 없다”며 “대표팀에선 아빠를 감독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어색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서 감독은 “가족이 함께하는 취미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 딸에게 강요한 적은 없다”고 했다. 서채현이 선수로 진로를 정하면서 서 감독은 해외 자료를 뒤져가며 지도 방법을 연구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접목한 훈련법,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운동법, 건강을 지키면서 체중 관리 스트레스를 줄이는 식단 등을 고민했다.

서채현의 손./김지호 기자

서채현은 중학생이 되면서 기량이 급격히 늘었다. 서 감독은 “채현이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는 나를 아래로 보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가족과 함께 자연 바위를 많이 올라본 풍부한 경험 덕분에 서채현은 발을 디딜 만한 곳을 찾아내고 요령껏 딛는 발 기술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2~3년 뒤 전성기를 내다보고 근력과 하체 탄력을 보완하는 것이 숙제다.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은 리드(Lead)와 볼더링(Bouldering), 스피드(Speed)로 나뉜다. 15m 벽을 최대한 높이 올라야 하는 리드 경기에선 지구력이 중요하다.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는 볼더링, 속도를 겨루는 스피드 경기는 근력과 순발력이 필수다. 서채현은 2019년 리드 세계 랭킹 1위, 2021년 세계선수권 리드 금메달을 땄을 만큼 리드에 강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땐 리드와 볼더링, 스피드 성적을 합산했기 때문에 리드 예선 1위, 결선 2위를 하고도 합산 8위에 그쳤다.

꽃봉오리 모양의 주 경기장 - 제19회 아시안게임 개막식 등이 열리는 중국 항저우의 주 경기장. /신화 연합뉴스

하지만 오는 23일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 올림픽에선 스피드가 별도로 분리되고, 리드와 볼더링 성적만 합산한다. 스피드에 가장 약한 서채현에게는 좀 더 유리한 상황이다. 서채현은 도쿄 올림픽 이후 볼더링 비율을 높여 리드와 병행했다. 지난겨울엔 볼더링에 필요한 최대 근력을 끌어올리려 체중의 약 80%인 40㎏ 중량을 달고 턱걸이 훈련도 했다. 서채현은 지난 6월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에서 볼더링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드 월드컵 메달을 휩쓸어온 그가 볼더링 월드컵에서 따낸 첫 메달이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에는 금메달 6개가 걸려 있다. 서 감독은 “한국 선수들이 모든 세부 종목 메달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남녀 스피드(10월 3일)와 스피드 계주(4일)는 중국과 인도네시아, 볼더링과 리드를 합산하는 콤바인(5~7일)은 일본 선수들이 주요 경쟁자다. 콤바인에만 출전하는 서채현은 올해 세계선수권 리드 금메달, 콤바인 동메달을 딴 모리 아이(20·일본)를 꺾어야 한다. 나이도 같고, 리드가 강점인 것도 비슷하다.

서채현은 “중학교 때부터 줄곧 국제 대회 라이벌이었기 때문에 친하게도 지내지만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 “도쿄 올림픽 전까지는 대회에 나가 떨어본 적이 없었는데, 올림픽 이후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좀 떨리기도 한다”며 “그래도 일단 벽에 매달리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오른쪽)과 아버지 서종국 대표팀 감독./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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