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소득 통계 조작… 文정부, 국민을 속였다

김경필 기자 2023. 9. 16.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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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장하성·김상조·김수현·김현미 등 22명 검찰 수사 요청
김수현,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2019년 7월 초, 아파트 가격 통계를 내는 한국부동산원 김학규 원장이 세종시의 국토교통부 청사로 소환됐다. 김 원장은 박선호 당시 1차관과 주택토지실장을 차례로 만나, 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받았다.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부동산원 주택통계부장도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에게 불려가 “협조하지 않으면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는 말을 들었다.

국토부가 요구한 ‘협조’란 아파트 가격 통계 조작이었다. 전년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던 아파트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통계가 미리 보고되자, 상승률을 실제보다 낮춰 발표하라고 한 것이다. 국토부는 앞서 청와대로부터 “집값 ‘상승률’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였다. 감사원은 청와대가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원의 공표 전 통계를 미리 받으면서, 통계 숫자가 정부에 불리하게 나온 때마다 국토부와 부동산원을 압박했다고 15일 밝혔다. 부동산원은 2019년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매주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주보다 0.02%씩 상승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조작된 통계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는 문 전 대통령 취임 다음 달인 2017년 6월부터 퇴임 6개월 전인 2021년 11월까지 4년 5개월간 집값과 소득, 고용에 관한 정부 공식 통계를 조작했다. 부동산원이 주 1회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는 94차례 이상 조작됐다. 통계청의 ‘가계 동향 조사’와 ‘근로 형태별 부가 조사’ 통계도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청이 통계 산출 방식을 바꾸거나, ‘지금 통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 자료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조작된 통계는 부동산 정책과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를 감추는 데 쓰였다. 집값 상승이 하락으로, 소득 분배 악화가 개선으로 둔갑했다. 문 전 대통령과 당시 정부 고위 관리들은 조작한 통계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해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22명을 통계법 위반과 직권 남용, 업무 방해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들이 통계 조작을 지시·압박했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계 기초 자료와 관계 기관 직원들의 진술 및 온라인 메신저 대화 내용 등 2만여 쪽 분량의 증거를 모았다고 밝혔다.

국가 통계는 국가의 현 상태를 보여주고 국민과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을 세우는 기초 자료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에도 제공된다. 정권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런 자료를 훼손하거나 조작하는 일은 지금까지는 공산국가나 경제 위기 직전의 그리스 등 ‘실패 국가’에서만 벌어졌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자 국정 농단”이라고 했다. 반면 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모임인 ‘사의재’와 더불어민주당은 “조작 감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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