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정치의 아수라장이 빚은 ‘국회 흉기난동’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국회 단식장 주변에서 흉기 난동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일부 경찰은 중상을 입었다. 한국 정치의 극단성이 공권력을 무너뜨리고 난동 사태로 치달을 만큼 심각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 7시 52분쯤 여성 김모(56)씨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청 앞 단식 천막에서 난동을 부렸다. 김씨는 이 대표의 대형 사진을 바닥에 놓고 이 대표를 병원으로 옮기라는 주장을 하다가 퇴거 요청을 받았다. 그러자 김씨는 “X발 건들지 마” 등 욕설을 하며 가방에서 가위를 꺼내 경찰에게 휘둘렀다. 여경 2명이 손과 팔 등에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한 여경이 팔에 입은 상처는 중상이었다. 이 대표는 전날부터 단식장을 본청 내로 옮겨 현장에는 없었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15일 낮 12시쯤엔 이 대표가 단식 중인 당대표실 바로 앞에서 남성 김모(73)씨가 자해 소동을 벌였다. “나라가 망하고 있다”고 외치던 그는 혈서를 쓰겠다며 커터칼을 꺼냈다. 국회 직원들이 몸싸움 끝에 간신히 그를 제압했다. 다행히 김씨가 손가락을 약간 다친 것 외에 부상한 사람은 없었다. 김씨가 혈서를 쓰려던 종이엔 ‘국짐(국민의힘 멸칭) 매국 윤 정권’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이재명이 죽으면 좋겠느냐”라고 했다.
이 대표 단식은 이날로 16일째였다. 이 대표 주변을 오가는 ‘개딸’ 등 극성 지지층의 심리도 불안해지면서 국회 내 불법행위나 난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미 폭력 사태가 발생했지만 민주당에선 “현역 의원 전원이 동조 단식을 해야 한다” 등 대여 투쟁 강도를 높이자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도 이 대표 지지자들이 국회 주변에 모여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정치권에선 거대 야당이 당대표 단식을 빌미로 폭력 행위를 용인·방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조정식 사무총장은 입장문을 내고 “진정한 민주당원이고 지지자라면 자제를 요청드린다”며 “이 대표도 이러한 행동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국회는 집회·시위법에 따라 시위가 금지된 구역이다. 그러나 2019년 당시 자유한국당 지지자 수천 명이 선거법·공수처법 반대 집회 명목으로 국회에 난입했다. 시위대는 본청 현관을 점거하고 북과 꽹과리를 두드렸다. 2020년 집시법 규제가 느슨해지면서 국회는 본격적으로 극단 지지층이 세(勢)를 겨루는 집회장으로 변했다. 여기에 극단 유튜버들까지 몰려들면서 국회는 ‘조회수 놀이터’로 전락했다.
국회 본청 등 건물에 들어갈 때는 엑스레이와 금속탐지기를 통과해야 하지만 경내 진입 통제는 느슨하다. 소형 흉기나 돌멩이, 폭발물 등을 몰래 들여와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날도 유튜버 여러 명이 국회 경내를 촬영 중이었다. 최근 일부 유튜버는 단식 현장 취재진을 촬영봉으로 위협하기도 했다. 국회 관계자는 “야외에선 어떤 사건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의장으로서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46분 향후 경내 모든 집회를 불허한다고 공지했다. 국회는 또 민주당에 야외 단식 천막 철거를 요청하고, 앞으로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모든 국회 출입자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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