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슬로건 바꾼 與… 국민은 진짜 ‘경제’를 듣고 싶다

김승재 기자 2023. 9.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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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ㄱㅎ’ 새 배경 걸었지만
회의 내내 野비판 정쟁성 발언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뉴스1

국민의힘은 지난달 28일부터 ‘경제는 ㄱㅎ 국민의힘’이라는 새 슬로건이 적힌 백드롭(배경 현수막)을 걸고 최고위원 회의를 하고 있다. 내년 4·10 총선을 7개월여 앞두고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백드롭에 담긴 ‘ㄱㅎ’은 당명에 있는 ‘국’과 ‘힘’의 자음을 따서 만든 새로운 당 로고다. 당 관계자는 “새 로고는 ‘ㄱ부터 ㅎ까지’라는 통합과 외연 확장 등의 의미가 담겼다”고 했다.

슬로건은 바뀌었지만 이후 열린 최고위원 회의 내용은 그대로다. 지난 14일 회의에서 ‘민주당’과 ‘이재명’이 각각 28차례와 11차례 언급되는 동안 ‘경제’나 ‘통합’과 관련한 이야기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해임, 탄핵, 특검 이런 것이 거대 야당 민주당의 전매특허가 돼 버렸다” “민주당의 외교론은 한 치 앞도 못 보는 우물 안 개구리식 단견”이라는 정치 발언이 주를 이뤘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과 중국 경제 리스크 등으로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 확대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 내에서 이를 우려하거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기업들은 AI(인공지능), 신약, 로봇 개발 등과 같은 신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밤낮없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이런 논의와 담론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과거처럼 여당이 경제를 이끌어가진 못하더라도 어려움을 겪는 국민과 기업이 듣고 싶은 말이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 당 내부에서 찾기 힘들다면 외부 전문가를 지도부 회의에 초대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당 지도부는 ‘경제는 ㄱㅎ 국민의힘’이라는 새 간판 아래 ‘경제’ ‘통합’과는 무관한 정쟁성 발언만 3주 가까이 반복하고 있다. 어느 가게든 간판과 업종이 다르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아 한 달도 버티기 어렵다. 슬로건을 바꾼 게 진심이라면 경제 실력을 이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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