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유상증자 후 대부분 주가 하락 ‘투자 주의보’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항암 신약 개발 바이오벤처기업 메드팩토는 지난 12일 115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다음 날 메드팩토 주가는 하한가 언저리인 27.76% 급락했다. 또 다른 바이오주 라이프시맨틱스도 11일 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결정 사실을 공시하자 다음 날 주가가 29.48% 급락했다.
최근 기업들이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다가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증권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신규로 주식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유상 증자로 마련한 자금을 빚 갚는 데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악재(惡材)로 받아들여진다. 반대로 신규 투자할 자금을 유상 증자로 마련할 때에는 주가에 호재가 되기도 한다.
◇회사채 금리 오르자 유상증자 늘어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업들의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3854억원으로 4월 374억원에 비해 10배 가까이 늘었다. 금감원 통계가 기업이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 이후 실제 주식을 발행해 대금 납입이 완료된 것까지를 집계한 것임을 감안하면 한화오션(2조원), SK이노베이션(1조3000억원) 등 대규모 유상증자가 완료되는 하반기엔 이보다 훨씬 더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은행 대출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지만,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것은 금리가 높기 때문이다. 3년 만기 AA- 등급 기준 회사채 금리는 지난 3월 연 3.928%까지 내렸다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최근 연 4.6% 근처까지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기업들은 금융 비용이 없는 유상증자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 어디에 쓰는지 꼼꼼히 살펴야
코스닥 상장 기업들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들도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4400억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공시한 CJ CGV의 15일 현재 주가는 7270원으로 공시 당일 주가(1만4500원)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에스디바이오센서(-19.47%), OCI홀딩스(-15.73%), SK이노베이션(-12.32%)도 유상증자 결정 이후 주가가 큰 폭으로 내렸다.
반면 한화오션의 경우 유상증자 공시 당일인 8월 23일 주가(3만5200원) 대비 현재 주가(3만5450원)는 오히려 0.71% 올랐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의 사용처가 이들 기업의 주가 흐름을 갈랐다고 분석한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 유상증자 금액의 절반을 그룹이 부담하기로 한 것은 한화오션에 대한 그룹의 투자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면서 “증자에 따른 자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은 해외 해양 방산 시장 진출을 위한 거점을 확보하고, 친환경 연료 기반 추진 체계, 친환경 운반선과 자율운항 선박 관련 기술을 고도화하는 데 유상증자로 확보한 2조원을 쓸 예정이다. 실제로 한화오션 공시에 따르면, 시설자금으로 8500억원(42.5%), 운영자금으로 4500억원(22.5%)을 쓰기로 했고, 다른 법인 투자에도 7000억원(35%)을 쓰기로 했다. 채무 상환에 사용하는 돈은 없다. SK이노베이션이 유상증자 조달 예정 자금의 3분의 1가량인 3800억원을, CJ CGV가 80%가량인 3500억원을 빚 갚는 데 쓰기로 한 것과는 대비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상증자의 목적을 꼼꼼히 살펴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 연구위원은 “유상증자로 조달한 자금을 빚 갚는 데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쓴다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개선되는 것”이라면서 “이러한 기업은 장기적으로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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