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아닌 플라스틱선 따라 데이터 전송… 5G망 ‘거리’ 늘리는 기술도[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데이터가 점점 늘어가는 세상… 유선통신 속도의 중요성 포착
세계 최초 ‘플라스틱 통신’ 개발…내년부터 미국서 매출 증가 기대
미국의 거대 빅테크들이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는 초당 400Gb(기가비트)를 처리할 수 있는 통신선이 필요하다. 구리선으로는 이런 초고속 데이터를 2m 이상 보내기 힘들다. 그런데 수십만 개의 컴퓨터 서버가 설치되는 데이터센터에서 서버들 간 거리는 3∼5m가 주를 이룬다. 어쩔 수 없이 광통신을 쓰는데, 전력 사용량이 많고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플라스틱선 통해 신호 전송”
포인투테크놀로지는 작년 5월에 플라스틱 선을 이용해 400Gbps(초당 Gb) 초고속 통신이 가능한 ‘E-튜브’를 개발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통신선은 대부분이 구리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체인 구리로 전류를 흘려보내 통신을 하는 방식으로는 초고속 통신을 구현하기 어렵다. 많은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고주파수를 사용하면 전류가 구리 표피로만 흐르는 ‘표피 효과’가 생기면서 신호를 제대로 주고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도체 내에 전류가 흐르면 그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고 이 자기장으로 인해 역전류가 생기면서 전류의 흐름을 방해한다.
E-튜브는 부도체인 플라스틱 선을 따라 전파를 보내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무선통신에 쓰이는 안테나가 플라스틱 선의 양 끝에 부착되고 안테나로부터 받은 전파를 주문형 반도체가 처리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선 내부로만 전파를 집중해서 보냄으로써 공중으로 방사되는 일반적인 무선통신 방식에 비해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신호를 보낼 수 있다. 전파는 공기보다 상대적으로 밀도가 높은 플라스틱선 내부에 갇혀서 전송이 되는데 이를 ‘도파관 원리’라고 부른다. 박 대표는 “플라스틱 선 안에서 특정 방향으로만 전파되는 초지향성 무선통신을 구현한 셈”이라며 “이 새로운 통신 방식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 두 번이나 실렸다”고 했다.
기존의 광통신은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고 빛을 전기 신호로 바꾸느라 비싸고 전력 소비도 상대적으로 많은 편인데, 이 문제를 해결한 새로운 방식을 상용화한 것이다.
● KAIST 연구팀과 공동 창업
연구실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는 1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박 대표는 “독보적인 기술을 상용화하는 과정에 또 다른 많은 노력과 기술이 필요했다”며 “통신선의 양 끝에 부착하는 신호 처리 반도체 기술, 신호를 송출하고 수신하는 안테나 기술, 관련 부품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기술, 저비용 고효율의 플라스틱선을 만드는 기술 등으로 지금까지 20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고 현재 39개의 특허가 등록된 상태”라고 했다. 긴 시간 동안 회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술 잠재력을 믿고 투자를 해 준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리즈B 단계인 이 회사는 지금까지 누적으로 424억 원가량을 투자받았다. 여기에는 세계적인 케이블 제조 회사인 몰렉스도 포함돼 있다.
● 광통신 전송 거리 늘리는 기술도 확보
포인투테크놀로지는 E-튜브로 급속도로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 시장을 노리고 있다. 박 대표는 “데이터센터 한 곳이 들어설 때 최소 수십만 개의 통신선이 필요한데, 1개 회선에 필요한 주문형 반도체로 100달러가량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튜브는 가격이 광통신의 절반가량인 것은 물론이고 전력 사용량도 광통신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400Gbps의 경우 광통신에는 20W가 필요하지만 E-튜브에는 9W만 쓰인다. 환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E-튜브의 수요가 늘 것이라고 포인투테크놀로지는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화될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엔비디아 등에서 일한 30년 이상의 세일즈 전문가 등을 영입해 두고 있다.
E-튜브는 전력 소모가 적고 가볍다는 특징이 있다. 무게를 줄일 필요가 있는 전기차용 통신케이블과 초고해상도 벽걸이 TV용 통신선으로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박 대표는 “포인투테크놀로지의 ‘포인투’는 두 점이라는 뜻으로, 두 지점을 연결하는 유선통신을 상징한다”며 “데이터가 늘어가면서 더 중요해질 유선통신에 집중해 기술과 시장을 혁신하는 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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