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찰차에 치여 숨진 인도 유학생…경찰은 웃으며 “목숨값 얼마 안 돼”
문제 발언한 경찰관 “악의 없었다” 해명
사고 현장에 200명 모여 규탄 시위도
미국 시애틀에서 한 유학생이 과속으로 달리던 경찰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후 현장에 도착한 다른 경찰관이 ‘목숨값’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정황이 담긴 바디캠 영상이 뒤늦게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현지 시각) AP통신, BBC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3일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노스이스턴대학교 캠퍼스 인근 횡단보도에서 현지 경찰관 케빈 데이브가 경찰차를 과속운전하다 인도인 대학원생 자아나비 칸둘라(23)를 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데이브는 마약신고를 받고 출동하다가 시속 119㎞로 과속했다. 이 차량과 부딪히며 약 30m 지점까지 날아간 칸둘라는 치명상을 입고 사망했다.
사고 이후 경찰관 다니엘 오더러가 현장에 출동했다. 이때 오더러는 현장으로 이동하면서 사고 내용을 동료 경찰관 마이크 솔란에게 전화로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오더러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당시 오더러의 발언은 보디캠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만 솔란의 말소리는 담기지 않았다.
사고 발생 이후 8개월이 지난 11일에 공개된 2분 29초 분량의 해당 영상을 보면 오더러는 사고 내용을 설명하다 “그런데 그녀는 죽었다”고 말하더니 곧 크게 웃는다. 이어 “아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저 수표 하나 써 주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23세인 칸둘라의 나이를 잘못 언급하며 “1만 1000달러(약 1460만원). 그녀는 어쨌든 26살이다. 그녀는 가치는 한정적이다(Eleven thousand dollars. She was 26, anyway. She had limited value)”라고 한다.
시애틀 경찰 측은 “한 직원이 업무 중 이 대화를 발견하고 해당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며 현재 이 사건을 경찰의 위법행위를 수사하는 기관으로 넘겼다고 밝혔다.
오더러의 발언이 공개된 후 거센 논란이 일었다. 시애틀지역경찰위원회는 해당 영상에 대해 “가슴 아프고 충격적일 정도로 둔감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지역사회 자문위원회 의장 빅토리아 비치는 “충격을 받았고 많은 감정을 느꼈다”며 “그것은 역겹다”고 했다.
14일에는 2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사고가 발생한 횡단보도에 모여 사고를 낸 데이브와 문제의 발언을 한 오더러의 책임을 묻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이 든 팻말에는 “자아나비 칸둘라를 위한 정의”. “경찰 테러 종식” 등 문구가 적혔다. 참가자 카일라 카리요는 “경찰이 사람들의 생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몇 번이나 보여주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칸둘라가 평안히 잠들 때까지 시위를 계속 할 것”이라고 했다.
인도에서도 공분이 일었다. 주샌프란시스코 인도 총영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지난 1월 시애틀에서 발생한 자나비 칸둘라의 사망과 관련한 최근의 보도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이 비극적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숨진 칸둘라의 시신은 인도에 있는 그의 어머니에게 보내질 예정이다. 칸둘라는 2021년 인도 벵갈루루에서 해당 학교로 유학을 떠나 정보시스템 석사 과정 중이었다. 그는 오는 12월 졸업을 앞둔 상태였다. 보도에 따르면 칸둘라의 어머니는 트라우마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칸둘라의 삼촌인 아쇼크 만둘라는 “할 말이 없다”며 “오더러의 딸이나 손녀에게는 가치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애틀 지역 라디오인 KTTH의 ‘제이슨 랜츠’ 쇼는 오더러의 서면 진술서를 입수했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진술서에서 오더러는 숨진 칸둘라가 아닌 “시의 변호사를 조롱할 의도로 문제의 발언을 했다”며 악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사건들과 관련해 시 측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이 법정에서 시가 지불할 배상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논쟁을 한다는 점을 조롱하며 따라한 것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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