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머슴하던 이들이 국군 원조냐”…국방부 겨냥한 광복회장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인 이종찬 광복회장은 15일 “광복군의 역사를 뚝 잘라버리고 국군의 원조는 일제의 머슴을 하던 이들이라고 하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국방부를 비판했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광복회관에서 한국광복군유족회가 주최한 ‘제83주년 한국광복군 창군 기념식’에서 축사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국방부는 육군사관학교 모체를 국방경비대사관학교로 보고, 거기에 있는 다섯 분의 독립영웅 흉상이 필요 없으니 제거하겠다고 했다”면서 “우리는 역사를 올바르게 정립하느냐 마느냐 하는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립운동 선열들이 신흥무관학교를 세워 독립군을 양성했고 그들이 주력이 돼 1940년 9월 17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규군인 한국광복군 창설로 이어졌다”며 “의병, 독립군, 광복군이 국군의 뿌리”라고 강조했다. 한국광복군은 1940년 9월 17일 중국 충칭에서 창설돼 국군의 토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의 언급은 지난 6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의 ‘육사의 정신적 뿌리는 신흥무관학교인가, 국방경비사관학교인가’라는 질문에 “국방경비사관학교로 보고 있다”고 답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국방경비사관학교는 1946년 5월 서울 태릉에 설립된 ‘남조선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지칭한다. 미 군정은 통역장교와 각군 간부요원을 확보하기 위해 1945년 12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군사영어학교’를 세웠다가 이듬해 4월 폐교시킨 뒤 ‘남조선 국방경비대사관학교’를 창설했다. 당시 만주군과 일본군에서 활동한 장교들이 이 학교로 편입됐다.
이 회장은 육사의 홍범도 장군·이회영 선생 등 독립영웅 5인 흉상 철거·이전 계획과 관련, 지난달 25일 성명을 통해 “대한민국 자주국방의 요람 육사 교정을 늠름히 지키고 있는 5인의 독립유공자 흉상을 국방부가 합당한 이유 없이 철거를 시도한 것은 일제가 민족정기를 들어내려는 시도에 다름 아니다”라며 “우리 독립유공자와 후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어 이를 항의하고 규탄한다”고 한 바 있다.
“수치스럽다”…독립운동가 후손들, 육사 명예졸업증 반납
한편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육군사관학교가 선조들에게 수여한 명예졸업증을 5년 만에 반납했다. 육사가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을 철거·이전하기로 한 데 대해 항의하는 뜻에서다.
이들은 15일 오후 서울 노원구 육사 정문 앞에서 “육사는 조국을 되찾고 겨레를 살리기 위해 몸과 생명을 바쳤던 신흥무관학교 출신 독립투사의 숭고한 호국 정신을 계승할 자격이 없기에 수치스러운 명예졸업증을 되돌려준다”고 밝히고 바닥에 명예졸업증을 내려놨다.
이날 육사 앞에는 지청천 장군 외손 이준식 전 독립기념관장, 윤기섭 선생 외손 정철승 변호사 겸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조직위원장, 이상룡 선생 증손 이항증 광복회 이사를 비롯해 신흥무관학교기념사업회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 전 독립기념관장은 “육사의 이번 처사는 대한민국 헌법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자 육사의 역사에서 독립운동을 지워버리겠다는 단절 선언”이라며 “이 졸업 증서도 의미가 없게 됐다. 휴지 조각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어 “명예졸업증을 받은 2018년만 하더라도 ‘잘못된 역사가 바로잡히는구나’ 싶어 굉장히 뿌듯했는데 5년 만에 뒤집히는 걸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숨까지 바쳐가며 자주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던 분들의 삶이 이렇게 모욕이 대상이 돼도 되나 싶었다.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아주 끝없는 모멸감을 느낀다”고 성토했다.
정 변호사는 “조국의 광복을 위해 싸우셨던 독립운동가분들이 일제강점기 때보다 더 험한 모욕을 당하고 계시는 것이 가슴 아프고 견딜 수 없었다”며 명예졸업증을 반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왜적 일본에 굴욕해 동족을 살상한 백선엽 장군의 동상까지 세우자고 했던 육사는 독립운동가의 정신을 계승할 자격이 없다”며 “독립운동가인 우리 조상들께서 ‘너희들은 그럴 자격 없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실 것”이라고 주장했다.
육사는 2018년 3월6일 육사 졸업생의 소위 임관식에서 이들 3명을 비롯해 독립운동가 17명의 후손을 초청해 명예졸업증을 수여했다.
권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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