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모아야 20평대 집 한 채 겨우 살 수 있다”
집값 상승, 가계부채 증가 부채질했다는 지적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고통스러운 처방이 2021년 말부터 이뤄졌음에도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속 부동산 규제 완화라는 정책 엇박자가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뉴스1과 한은이 펴낸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 경제 여건과 비교할 때 주택 가격은 여전히 소득과 괴리돼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주요국에 비해서도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 과정에서 한은은 올해 한국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 이른바 PIR(Price per Income Ratio)이 26.0배로 나타났다는 국가 비교 통계 사이트 NUMBEO의 주장을 인용했다. 이는 중위 사이즈인 90㎡ 아파트 가격을 가계의 평균 순가처분소득액으로 나눈 값이다.
해당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PIR은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80개국의 중앙값(11.9배)을 크게 웃돈다. 올해를 기준으로 오로지 10개국만이 우리를 제쳤는데, 이들 국가는 △시리아(86.7배) △가나(78.6배) △홍콩(44.9배) △스리랑카(40.8배) △중국(34.6배) △네팔(32.8배) △캄보디아(32.5배) △필리핀(30.1배) △나이지리아(28.2배) △에티오피아(26.4배) 등이었다.
한국의 PIR은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10.3배), 이탈리아(9.7배), 스페인(7.8배)을 크게 상회했으며 심지어는 우리와 같은 아시아 국가이면서 높은 인구 밀집으로 유명한 대만(20.1배), 싱가포르(15.5배)를 가뿐히 제쳤다.
홍 국장은 굳이 이런 통계에 의존할 필요 없이 경험적으로도 한국의 집값이 소득 대비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주택가격이 고평가돼 있다는 사실은 여러분이 주변에서 잘 아실 것"이라면서 "어느 지표로 보더라도 고평가돼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소득보다 높은 집값은 그 자체로도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으나 무엇보다 가계부채를 부풀려 경제 전반에 부작용을 초래한다. 특히 최근 들어 주택 가격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꿈틀대는 양상인데 이것이 가계대출 확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4월부터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5개월 연속 늘어나면서 올 들어 8월까지 17조원 증가한 상태다.
한은은 "우리나라 금융불균형의 누증은 부동산 부문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부동산 부문으로의 자원 쏠림은 자원 배분의 효율성 저하, 부동산 경기에 대한 경제의 취약성 증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켜 왔다"고 밝혔다. 금융불균형이란 과도한 부채 활용과 자산가격 급등 등으로 경제에 부담과 비효율을 초래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특히 "우리 가계부채는 주요국과 달리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없이 지속 증가해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한 경우 소비 여력 축소를 통해 성장을 제약하는 한편 위기 시 경기 변동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당국 간 '공조'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서 한은은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방향이 반대인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되거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주요국 대상 연구 사례를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홍 국장은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유지되지 않도록 꺾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주택 관련 자금의 공급 측면에서 그런 기대를 꺾는 대책을 내놨는데 만약 가계부채가 지금 수준으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가 이어진다면 주택 관련 자금의 공급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도 기대를 꺾는 조치를 고려해야 하고 공급과 수요에서 모두 기대가 꺾여야 결국은 금융불균형 누증이 가라앉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가계부채를 축소하는 수술은 단기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지난 7월 한은 경제연구원은 우리나라처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겼던 7개국의 경우 이 비율을 100% 아래로 내리기까지 노르웨이·아일랜드는 약 5년, 덴마크·네덜란드는 18년이 걸렸다고 전한 바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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