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3루타→2루타→안타' 강승호, KBO 최초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두산, KIA 잡고 5연승 '폭주' [MD광주]
[마이데일리 = 광주 박승환 기자] 두산 베어스가 화끈한 타력을 바탕으로 파죽의 5연승을 달렸다. 이날 경기를 잡아냄으로써 두산은 순위를 바꾸지는 못했지만, KIA와 경기 차를 없애는데 성공했다.
두산은 1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팀 간 시즌 13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장단 13안타를 몰아치며 8-6으로 짜릿한 승리를 손에 넣었다.
이날 경기는 양 팀에게 매우 중요했다. KIA는 이 경기 전까지 60승 2무 54패 승률 0.526으로 리그 4위, 두산은 61승 1무 5패 승률 0.517로 6위, 양 팀의 격차는 1경기에 불과했다. 이번 3연전의 결과에 따라 한 팀은 포스트시즌 티켓을 손에 넣고, 다른 한 팀은 가을야구를 치르지 못하는 상황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 감독은 15일 경기에 앞서 "매 시리즈가 중요하지만, 이번 3연전이 최근 2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원-투-스리 펀치가 나가는 경기에서 굉장히 좋은 경기력을 보여드리고 싶다. 경기차를 신경 쓰지 않고, 캠프 때부터 연습을 해왔던 대로 경기에 접목한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승리 의지를 불태웠다.
김종국 감독은 두산의 선발이 브랜든 와델-라울 알칸타라-곽빈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고 "로테이션을 이렇게 맞췄나"라고 너스레를 떨며 "우리는 국내 어린 선수들로만 해야 하는데, 부담을 갖지 않고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고 덤덤하게 답하면서도 윤영철과 황동하(16일) 등 선발로 출격하는 젊은 선수들의 호투를 기대했다.
양 팀 감독의 간절한 바람 속에서 승리는 두산의 몫이었다. 특히 두산은 이날 강승호가 4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3득점 1볼넷으로 '원맨쇼' 활약을 펼쳤다. 특히 홈런-3루타-2루타-안타 순으로 KBO 최초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 초반 주도권은 잡았지만, 참 안풀린 두산의 초반
경기 초반의 흐름은 두산이 잡았다. 두산은 1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김재호가 KIA 선발 윤영철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친 뒤 양석환이 KIA 3루수(최정용)의 글러브를 맞고 튀는 안타를 터뜨리며 만들어진 1, 3루 찬스에서 양의지가 가볍게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다만 추가 득점 기회는 살리지 못했다. 두산은 강승호의 볼넷으로 2사 만루를 만들었는데, 허경민이 유격수 땅볼로 물러나 1회 1점을 뽑는데 그쳤다. 그리고 2회초 공격에서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정수빈의 안타와 김재호의 볼넷으로 다시 한번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었으나, 양석환의 잘맞은 타구가 이번에는 3루수(최정용)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면서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참 안풀리는 상황은 계속됐다. 두산은 2회말 브랜든이 최형우에게 2루타를 맞는 등 1사 3루에서 몰렸다. 여기서 후속타자 이우성에게 3루수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고, 3루 주자의 발까지 묶는 최상의 결과를 만들었다. 그런데 허경민의 송구가 빠지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 3루 주자였던 최형우가 홈까지 질주하면서 승부는 원점이 됐다. 그나마 소소한 위안거리가 있었다면 이후 상황이었다.
타자 주자였던 이우성은 1루수가 공을 잡지 못한 것을 본 뒤 경로를 틀어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때 나광남 1루심과 이우성이 충돌하게 된 것. 여기서 박계범이 쓰러져있던 이우성을 태그하면서 '아웃' 판정을 받아냈다. 김종국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심판에게 항의를 펼쳤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야구 규칙에 따르면 주루 도중 주자가 심판과 부딪히더라도 '주루방해'에 해당되지 않는 까닭. KIA는 이로써 균형을 맞추는데 만족해야 했다.
실책으로 동점을 헌납했던 두산은 곧바로 리드를 되찾았다. 두산은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승호가 윤영철의 2구째 126km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높은 코스로 형성되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강승호가 친 타구는 빨랫줄 같은 타구를 만들어냈고,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6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승엽 감독은 베이스를 돌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강승호를 향해 "오랜만이다"라며 기뻐했다. 하지만 두산의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는 흐름이었다.
# 이우성과 강승호의 장군멍군!
1루심과 충돌한 까닭에 추가 득점 찬스로 이어질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게 만들었던 이우성은 4회에는 그야말로 '해결사'였다. KIA는 1점 차로 뒤진 4회 선두타자 나성범이 2루타를 치고 출루하며 물꼬를 텄다. 그리고 최형우가 볼넷을 얻어내며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고, 후속타자 김선빈이 중견수 방면에 안타를 쳐 무사 만루의 역전 찬스를 손에 넣었다. 그리고 여기서 이우성이 타석에 들어섰다.
첫 번째 타석에서 1루심을 보지 못한 주루플레이로 아쉬움을 남겼던 이우성은 경기의 흐름을 KIA 쪽으로 돌려놨다. 만루 위기를 자초하며 흔들리던 브랜든은 2B-2S에서 이우성의 몸쪽 낮은 코스에 133km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런데 이때 이우성이 브랜든의 슬라이더를 힘껏 잡아당겼고, 타구는 좌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는 역전 '그랜드슬램'으로 연결됐다.
이 만루홈런은 이우성 개인 통산 첫 번째이자, 시즌 29번째, 역대 1044번째로 기록됐다. KIA는 선발 윤영철이 경기 초반부터 고전한 끝에 조기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변수'를 맞았지만, 이우성의 역전 만루홈런 한 방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손에 쥐는데 성공했다.
직전 이닝 이우성이 펄펄 날았다면, 두산에는 강승호가 있었다. 두산은 만루홈런으로 자칫 분위기를 완전히 넘겨줄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동점을 만들어냈다. 두산은 5회초 양의지가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김재환이 볼넷을 얻어냈는데, 3B-2S의 풀카운트였던 까닭에 양의지가 '자동 스타트'를 끊었다. 이때 KIA는 3루수가 베이스를 비우고 2루수 쪽으로 치우진 수비 시프트를 가져갔고, 양의지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3루까지 내달리면서 1, 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직전 타석 홈런을 친 강승호가 들어섰다. 강승호는 윤영철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김재열과 맞붙었고, 7구째 145km 직구를 제대로 밀어쳐 우중간을 갈랐다. 3루 주자 양의지는 가볍게 홈을 밟았고, 코스가 워낙 좋았던 결과 1루 주자 김재환까지 득점에 성공, 강승호는 3루 베이스에 안착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그리고 전날(14일) 끝내기 안타를 친 허경민이 동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양 팀은 다시 5-5로 맞섰다.
# 이성우보다 강승호의 영향력이 강했다. 두산 파죽의 5연승
양 팀은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치열하게 주고받았다. KIA는 5회말 선두타자 이창진이 안타를 치며 물꼬를 텄다. 그리고 나성범이 좌익수 방면에 큼지막한 타구를 만들었는데, 이때 김재환(좌익수)이 펜스에 부딪히며 타구를 잡아내는 훌륭한 수비를 펼쳤다. 그런데 여기서 좌익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중계플레이를 펼쳤는데, 1루수(강승호)가 포구 실책이 발생했다. KIA는 두산의 치명적인 실수를 2사 3루 찬스를 손에 넣었고, 김선빈이 브랜든을 상대로 다시 리드를 되찾는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6-5로 앞서나갔다.
두산은 패색이 짙어지던 중 극적으로 다시 균형을 맞췄다. 두산은 8회초 조수행의 타석에 대타 박준영을 투입했고, 이는 제대로 적중했다. 박준영은 KIA의 바뀐 투수 최지민을 상대로 3구째 137km 체인지업을 힘껏 퍼올려 동점 솔로홈런을 터뜨려 스코어는 다시 6-6이 됐다. 이우성의 만루포와 마찬가지로 박준영의 대타홈런은 개인 통산 첫 번째 기록이었다.
두산은 강승호의 사이클링 히트를 바탕으로 치열한 난타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두산은 9회초 호세 로하스가 볼넷을 얻어내며 1사 1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강승호가 KIA '마무리' 정해영의 4구째 슬라이더를 공략했고, 투수 방면에 내야 안타를 뽑아냈다. 이로써 강승호는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는데, 이는 개인 1호, 역대 30호, 베이스 6번째로 기록됐다. 그리고 홈런-3루타-2루타-안타 순으로 기록을 달성하면서 '리버스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만들어냈는데, 이는 KBO리그 역대 '최초'로 연결됐다. KBO리그보다 역사가 깊은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서도 몇 번 나오지 않은 '진기록'.
두산은 강승호의 내야 안타 이후 허경민이 볼넷을 얻어내며 1사 만루 기회를 잡았고, 대타 김인태와 박준영이 연속 밀어내기으로 8-6으로 달아났다. 승기를 잡은 두산은 9회말 정철원을 투입, 뒷문을 걸어 잠그며 파죽의 5연승을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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