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저희 다 죽어…한 주만 더 마이너스”…문 정부서 집값 통계 최소 94차례 조작 지시 판단
“소득통계 가공…반대 결과”
주택·소득·고용 3개 분야
문 정부 주력 정책 연관돼
“고위 인사 직접 지시 확인”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통계수치 조작 및 통계서술 왜곡 정황을 살핀 분야는 주택·소득·고용 3개 분야다. 이들 분야는 각각 문재인 정부 주력 정책인 부동산시장 안정화, 소득주도성장 및 최저임금 인상, 좋은 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연관돼 있다.
작성 중인 통계를 사전 제공받고, 통계 공표 전 내용을 변경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 감사원 판단의 핵심이다. 감사원은 일부 통계에 대통령실 내지 부처 고위 인사가 직접 조작을 지시한 정황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는 감사위원회의 최종 의결 전 중간 단계 성격이어서 향후 감사위 및 본격 수사·재판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법적 책임 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2017년 6월부터 ‘작성 중’ 통계를 미리 받아보기 시작했다. 직전까지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은 전주 대비 전국 아파트 가격의 상승·하락 폭을 담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를 주 1회 발표했는데, 당시 대통령실은 “주 1회 통계 공표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장하성 정책실장)며 중간보고를 요구했다. 작성 중인 통계를 다른 기관에 미리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이다.
대통령실은 이같이 파악한 중간 집계 수치보다 최종 수치가 높게 나오면 현장 점검을 반복 지시하고 ‘이유를 대라’며 소명을 요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런 요구가 통계조사자들에게 확정치를 낮게 작성하라는 압박이 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직접적 통계 조작 지시 정황도 있었다. 국토부는 2019년 6월 집값 하락세가 멈추자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한 주만 더 마이너스(-) 변동률로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압박했는데, 이후 부동산원은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을 보합(0%)에서 -0.01%로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선 그해 7월에는 국토부가 부동산원 직원을 사무실로 불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현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감사원은 이 같은 유출·조작이 문재인 정권 말기까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최달영 제1사무차장은 브리핑에서 “청와대와 국토부는 (집값 통계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30여차례 발표된 가운데 최소 94회 이상 부동산원 통계 작성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말했다.
소득 통계에는 통계청이 손을 댔다. 통계청은 2017년 2분기 국민 가계소득이 0.6% 줄어든 것으로 조사되자,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의 가중값을 더해 소득이 1.0% 증가했다는 정반대 결과를 만들어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통계청이 3개월에 한 번씩 발표하는 ‘가계 동향 조사’ 공표를 앞두고 벌어진 일로, 원래대로라면 가계소득이 감소로 나타난 것은 2010년 이후 처음이었다. 감사원은 “(통계청이) 위 (감소) 수치를 발표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며 조작 계기를 설명했다.
감사원 조사에서 통계청은 이처럼 당초 표본 설계와 다른 가중값을 적용하면서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황 청장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온 ‘외부 출신 청장’이란 이유 때문이었다. 새 통계 작성 시 청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통계법상 절차에 어긋나는 행위다. 통계자료를 고의적으로 조작하는 행위 역시 통계법 위반에 해당한다.
소득 분배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자 청와대가 통계청에 ‘표본의 한계’라는 등 허위 설명을 지시한 사실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경제수석실은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하자, 통계청에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 ‘통계자료를 다 들고 들어오라’며 가지고 올 자료를 미리 보내도록 요구했다”고 밝혔다.
고용 통계는 청와대가 통계청 발표 내용에 간섭하는 방식으로 왜곡됐다고 감사원은 분석했다. ‘비정규직 제로(0)’라는 정책 목표와 상반되는 통계 결과가 나오자 청와대가 통계 결과 해석과 보도자료 작성에 적극 개입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2019년 10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가집계 결과 비정규직이 86만7000여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자 “이례적인,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통계 결과 발표 시 이 같은 수치가 나온 주된 원인을 변경된 조사 방식 문제로 설명하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문희·정대연 기자 moon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골프 라운딩 논란…“트럼프 외교 준비” 대 “그 시간에 공부를”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한동훈 “이재명 당선무효형으로 434억원 내도 민주당 공중분해 안돼”
- “그는 사실상 대통령이 아니다” 1인 시국선언한 장학사…교육청은 “법률 위반 검토”
- 서울시 미팅행사 ‘설렘, in 한강’ 흥행 조짐…경쟁률 ‘33대 1’
- 한동훈 대표와 가족 명의로 수백건…윤 대통령 부부 비판 글의 정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