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더 싼' 자동차세 손본다…배기량 기준 바뀔 듯

[앵커]

보통 나라에서 세금 물릴 때 기준은 가격이죠. 집이 비쌀수록 보유세도 많이 냅니다. 그런데 자동차세는 아닙니다. 비싼 차 탄다고 더 내지 않습니다. 차 가격이 아니라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왔기 때문입니다. 과거엔 이래도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실제로 배기량이 클수록 차가 비쌌기 때문이죠.

그런데 요즘은 아닙니다. 기술이 좋아져서 비싸지만 배기량 작고 그래서 연비도 좋은 차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아예 배기량이란 개념 자체가 없죠. 그래서 1억 원짜리든, 2억 원짜리든 모든 전기차는 1년에 13만원만 냅니다. 정부가 오늘 30년 만에 자동차세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진작 바꿔야 했단 의견이 많지만, 결국엔 세금 더 거두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적지 않은데, 정원석 기자가 자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기자]

2800만원짜리 쏘나타는 1년에 자동차세를 52만원 정도 냅니다.

하지만 차값이 1억원 넘는 테슬라 모델S의 자동차세는 쏘나타의 4분의 1, 13만원에 불과합니다.

차값이 2천만원 안되는 아반떼의 자동차세도 테슬라의 두배가 넘습니다.

테슬라 자동차세가 아반떼보다 적게 매겨지는 건 현재 자동차세가 배기량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배기량이 없는 전기차는 '그밖의 승용차'로 분류돼 가격이나 크기에 관계없이 똑같이 13만원만 냅니다.

당연히 불만은 많습니다.

[조항희/서울 상암동 : 전기차 같은 경우에는 훨씬 가격이 비싼데 대신 내는 세금은 더 적다는 것에 대해서 불합리하다라고…]

엔진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매기는 방식은 1990년에 도입돼 30년이 넘었습니다.

그 사이 배기량은 낮아도 효율이 좋은 자동차나 배기량을 매길 수 없는 전기차가 등장했는데 제도는 과거 그대로인 겁니다.

이러자 대통령실은 자동차세 개편을 국민참여투표에 붙였고, 참여자의 86%가 개편에 찬성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대통령실은 행정안전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에 새 제도 도입을 검토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를 살 생각이 있는 이들은 세금이 확 늘어나는 건 아닌지 우려합니다.

[전웅/서울 상암동 : 환경적인 측면을 생각했을 때는 아직까지 친환경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을 더 많이 강화하는 게 저는 오히려 더…]

실제 배기량 대신 가격을 중심으로 매기면 전기차 보급 정책에 역행할 수 있고, 수입차 업체들이 FTA 규정을 근거로 반발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가격 말고도 여러 요인을 고려해서 세금을 매겨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김필수/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자동차 가격·무게·연비·배출가스, 환경적 요소도 중요하기 때문에 융합해서 자동차세를 합리적으로 만들어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조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