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비트 바이 비트
긴 막대 양 끝에 서서, 서로를 바라본 채 가운데를 향해 걸어 들어오는 퍼포머의 움직임은 유연하였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관객은 어쩐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서커스 텐트 밖에서 정신없이 뛰어놀던 어린아이들마저도 온전히 몰입시킬 만큼의 긴장감이 텐트를 가득 채웠다.
서커스 퍼포머로 함께 성장한 두 형제 시몽과 벵상은, 형제들이 그렇듯, 한없이 가까운 사이지만, 두 사람에게는 함께한 세월만큼 깊은 사랑, 우정, 갈등이 쌓여 있었다. 형제애의 뒤편에는 서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경쟁심도 있었다. 이들은 두 사람의 관계를 무대 위에 올렸다.
컨템포러리 서커스로 분리되는 작품 ‘비트바이비트’는 두 형제의 입에 물린 철 재갈을 매개로, 둘의 관계를 끝없이 조망한다. 이들은 서로의 무게를 온전히 입으로만 지탱하면서 균형의 지점을 찾아간다. 한 사람이 공중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채 입으로 다른 사람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모습은, 신체를 극단으로까지 단련하지 않고서는 해낼 수 없는 고난도의 움직임이다. 서커스의 기술들에 대해 ‘악마적 즐거움’이라고까지 언급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들의 움직임은 관객에게 공포와 쾌감을 모두 전한다.
신체적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어, 당기고 밀어내는 움직임이 반복될 때, 관객은 그 사이에서 닮거나 다른 모습으로 미움, 사랑, 갈등 사이를 오가는 형제의 감정을 만난다. 오로지 서로의 무게에 대한 균형을 찾기 위해 집중하는 움직임들이, 그 사이 발생하는 인간적인 감정까지 연상시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조금이라도 서로의 무게를 잘못 인식한 채 반응한다면, 이들 사이의 균형은 허무하게 무너져내려, 서로를 상처입힐 거다. 세상의 균형은 얼마나 위태로운지 천막 안의 긴장감이 일러준다.
김지연 전시기획자·소환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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