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도 수술한다

김태훈 기자 2023. 9. 1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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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 환자, 치료 목적 수술
안전성·효용성 높은 편
수술비 건보 적용되지만
검사·사후관리비 제외
“선택적 급여화로
저소득층 혜택을”

비만은 예방이 가능한 질병이다. 환자 본인과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체중을 줄이면 비만 자체는 물론 관련 질환에 대한 위험성 또한 감소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식이요법이나 운동, 약물치료 등으로 체중을 감량하는 데 한계를 절감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고도비만 환자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고도비만 환자가 치료를 목적으로 받는 수술도 2019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체질량지수(BMI)가 35㎏/㎡ 이상인 초고도비만이거나, 30㎏/㎡이면서 동반질환을 가진 경우, 또는 체질량지수 27.5㎏/㎡ 이상이면서 기존의 내과적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으로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수술 시 건보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급여화 이전보다 수술 건수가 증가했음에도 수술을 받은 환자의 비율은 국내 전체 고도비만 환자의 0.1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비만수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나 합병증에 대한 두려움 외에도 경제적 문제 때문에 수술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고도비만 환자 데이터와 수술의 안전성·효용성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도 아직 수술치료가 폭넓게 정착되지 못한 현실이 드러났다. 15일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외과 최서희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비만대사수술의 급여화 후 수술 현황 및 수술 후 장단기 합병증 분석’을 보면 2019~2021년 3년 동안 건보가 적용된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는 모두 7359명이었다. 여성이 5461명(74.2%)으로 남성 1898명(25.8%)보다 많았다. 환자들이 수술을 받은 나이 평균은 37.8세였다.

환자의 소득 분위에 따른 수술 현황을 살펴보면,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 환자 규모 대비 수술 받은 비율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소득이 가장 적은 의료급여 환자의 비율은 5%에 그쳤고, 소득 수준이 낮은 분위부터 차례로 1~5분위 22.8%, 6~10분위 25.5%, 11~15분위 24.1%, 16~20분위 22.1%를 차지했다. 최서희 교수는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도가 높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의료급여 환자는 실제 필요한 환자군에 비해 수술 비율이 낮은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소득 수준이 낮은 비만 환자가 수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이유로는 비용 문제가 있다. 현재로선 수술비에만 건보가 적용될 뿐 수술 전 필요한 각종 검사 비용이나 수술 사후관리 및 약물치료, 영양, 운동상담 등이 모두 비급여에 해당해 비싼 치료비를 내야 한다.

최 교수는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검사나 수술 사후관리 때 선택적 급여화를 추진하면 실제 수술이 필요한 저소득층 환자의 수술 비율을 높일 수 있다”며 “고혈압·당뇨병 등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도 치료해 추후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소매 절제술
루와이형 문합 위우회술
조절형 위밴드술

비만대사수술 중에선 위를 바나나 모양으로 길게 잘라내 부피를 대폭 줄이고 섭취량을 제한하는 수술인 위소매 절제술이 5010건(68.1%)으로 가장 많이 시행됐다. 위를 식도 부근에서 작게 남기고 잘라서 나머지 위와 분리한 후 소장과 연결해주는 루와이형 문합 위우회술은 696건(9.5%), 위의 상부에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밴드를 둘러 음식물을 저장하는 위의 크기를 줄이는 조절형 위밴드술이 505건(6.9%)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아직 고도비만 환자가 수술로 비만을 치료하는 비율이 낮은 현실과는 별개로 수술 자체의 안전성과 효용성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수술 후 입원 기간은 평균 5.9일이었는데, 30일 이내 주요 합병증이 발생한 확률은 2.6%, 사망률은 0.01%로 집계됐다. 기존 임상시험에서 나온 동일 항목 수치보다 낮았다. 효용성 면에서는 수술 후 비만 관련 동반질환 때문에 복용하던 약제를 중단한 비율이 당뇨병은 46.3%, 고혈압은 44.4%, 고지혈증은 50.3%에 달해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최 교수는 “비만대사수술은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라 체중 감소 외에도 삶의 질을 개선하고 생명을 연장하는 치료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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