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진 눈 흰자위…췌장·담관암 ‘신호’ 놓치지 마세요
쓸개 속에 저장된 담즙, 배출 과정에 이상 생기면 얼굴색 노랗게 변해
소화기암인 췌장암·담관암 발병 때도 종양이 담관 막아 황달 증상
소변색 진해지거나 소화불량 땐 병원 찾아야…암 ‘조기 발견’할 수도
김모씨(70)는 한 달 전부터 눈의 흰자위가 점점 노랗게 변했다. 그러나 일시적으로 생긴 증상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최근 몸의 다른 부위까지도 노랗게 변하자 만나는 사람들마다 얼굴빛이 안 좋으니 병원에 가보라고 말했다. 뒤늦게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은 김씨는 의사로부터 췌장암이라는 진단과 함께 이미 암이 너무 진행돼 수술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다.
얼굴색이 노랗게 변하는 황달은 다양한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지방의 소화작용을 돕는 담즙은 간에서 만들어져서 담낭(쓸개)에 저장된다. 식사하면 저장돼 있던 담즙이 담관을 통해 소장으로 이동해 소화를 돕는다. 황달은 이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배출되지 못한 담즙 때문에 그 속의 빌리루빈 색소가 몸에 과다하게 쌓여 나타나는 증상이다.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용혈성 빈혈처럼 지나치게 빌리루빈이 형성되는 경우나, 간 손상으로 빌리루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 꼽힌다.
황달에 특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는 소화기암인 췌장암과 담관암의 신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 암이 발생한 때도 담관이 막혀 흐르지 못하는 담즙 때문에 황달이 생길 수 있다. 또 황달이 있는 상태에서 수술이나 항암치료를 받으면 이미 몸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여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치료 과정에서 담관염, 간부전이나 심하면 패혈증까지 나타날 수 있다.
이경주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암에 의해 황달이 생긴 경우 황달 증상이 호전될 때까지 적극적인 암 치료를 못하는 경우가 많아 신속히 황달부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암이 담관을 막아 황달이 생긴 것으로 밝혀지면 ‘내시경적 역행성 담췌관조영술(ERCP)’로 해당 부위의 병변을 먼저 검사·치료한다. 이 조영술은 내시경을 십이지장까지 삽입한 뒤 십이지장 유두부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담관과 췌관에 조영제를 주입하는 시술이다. 병변을 살펴보는 동시에 담즙이 정상적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막혀 있는 담관을 뚫고 스텐트를 삽입한다.
하지만 이 시술을 받더라도 고여 있는 담즙이 빠져나오고 황달이 호전되려면 길게는 2~4주까지도 걸릴 수 있다. 그 때문에 황달의 치료가 늦어져 암의 결정적인 치료 시기를 놓칠 우려도 있다.
황달을 통해 몸의 이상 신호를 재빨리 알아채려면 눈을 유심히 살피는 것이 도움이 된다. 황달은 눈의 흰자위(공막)부터 노랗게 변하기 시작해 점차 몸의 아래쪽으로 퍼지며 결국 온몸으로 번진다. 황달로 인한 몸의 변화는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의외로 본인이나 가족들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얼굴이 노랗게 변하는 증상과 함께 몸의 다른 변화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황달이 발생했을 때 함께 나타나는 증상은 소변의 색이 진해지는 것이다. 막혀 있는 담즙의 성분이 소변으로 배설되기 때문이다. 또 황달이 암 때문에 유발된 경우 입맛이 떨어지고 소화불량이 나타나 체중이 줄어들 수 있다.
황달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뜻하지 않은 암 진단을 받게 된다면 절망적인 감정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황달이 생겨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이라 볼 수도 있다. 췌장암과 담관암은 ‘침묵의 암’으로 불리며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대표적인 암들이다. 특히 췌장암은 췌장이 몸속 깊숙이 위치해 있어 암을 발견했을 때 수술이 가능한 환자의 비율이 20%에 불과하다.
췌장암으로 황달이 발생하는 이유는 종양이 담관과 가까운 췌장의 머리 쪽에 있기 때문이다. 암이 담관과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췌장의 몸통이나 꼬리 쪽에 생겼다면 증상이 늦게 나타나 발견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경주 교수는 “암으로 황달이 나타난 환자가 관련 증상을 유심히 관찰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결정적인 암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며 “황달은 오히려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이기 때문에 황달이 의심된다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에게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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