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자영업자는 누군가의 가장
누군가가 꼭꼭 숨겨둔 내 물건을 훔쳐 갔는데, 훔쳐 간 사람이 아닌 내가 벌을 받습니다. 더 잘 숨겨두지 않았다면서요.
미칠 노릇이겠죠.
그런데 우리나라엔 실제로 이런 법이 있습니다.
갓 제대한 군인이라는 거짓말을 믿고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 경기도 군포 콩나물국밥집 얘기입니다.
가게 주인은 얼마나 억울했던지, "너희의 거짓말 덕에 5명의 가장이 생계를 잃었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었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위조 신분증을 제시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했다가 영업정지를 당한 가게 주인은 신분증 확인을 안 한 것도 아니고…억울함에, 서울 서초구청을 상대로 영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습니다.
자주 오던 성인 손님들과 동석해 미성년자임을 인지 못 한 채, 당연히 성인인 줄 알고 술을 판 가게주인도 얼마 전 꼼짝없이 영업정지를 당했습니다.
식당 등에서 청소년에게 주류를 제공하면,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60일, 2차 적발 시 영업정지 180일, 3차 적발 시 영업허가 취소를 당하는 동시에 청소년 보호법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되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일부러 나이를 속인 청소년에 대한 처벌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술을 마실 땐 위조 신분증으로 어른인 척 속이고, 계산을 할 땐 가짜였다고 말하는 청소년이 느는 겁니다. 어차피 가게 주인만 손해거든요.
실제로 영업정지의 78%가 청소년이 위조신분증을 사용한 뒤 고의로 신고한 경우였죠. 미국에선, 술을 구매하거나 마신 청소년에게 벌금형과 금고형을 내리고, 영국은 세 번 이상 적발된 청소년에게 최대 5천 유로의 벌금을 물리거나, 전과기록을 남깁니다.
일본은 미성년자 보호자에게 벌금을 부과해 책임을 묻고 있지요.
'천산갑이 지은 죄를 구목(丘木)이 벼락 맞는다.'
밤에 땅을 파기 좋아하는 천산갑이 조상 무덤을 함부로 파헤치는 바람에, 하늘의 노여움을 사 아무 죄 없는 무덤가 나무(구목)가 억울하게 응징당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이런 구목의 한이 어느 정도까지 쌓여야 법이 좀 고쳐질까요.
억울한 구목의 한을 모르는 건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건지, 오늘도 국회는 다른 일로 참 많이 바쁘더군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자영업자는 누군가의 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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