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62년째 ‘구닥다리’ 의료법 전면 개편에 나서나 [오늘의 정책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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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가래가 자주 끓지만 스스로 뱉어내지 못해 종종 산소포화도가 낮아진다.
보건복지부는 의료, 간호·요양, 법률 분야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의료법 체계 연구회'를 구성하고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지난 5월 간호법안 재의요구 당시 앞으로의 정책 방향으로 새로운 의료·요양·돌봄체계 구축과 의료법 등 체계 정비를 약속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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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가래가 자주 끓지만 스스로 뱉어내지 못해 종종 산소포화도가 낮아진다. A씨는 퇴원 후 가래가 찰 때면 딸이 흡인(석션)을 했다. 문제는 딸이 직장을 나갔을 때이다. 딸은 주간에 집에 들르는 요양보호사에게 아버지 가래 흡인을 부탁했지만 요양보호사는 자신이 하는 흡인은 ‘불법’이라며 거절했다.
정부가 지난 60여년 동안 그대로인 의료법 체계 대폭 개편에 착수했다. 현행 의료법은 원칙적으로 의료행위의 경우 의료기관 내로 국한하고, 의사 임무로는 ‘의료’, 간호사는 ‘간호 또는 진료의 보조’ 등으로 규정해 직역별 업무에 관한 정의나 판단 기준이 없다. 비대면진료나 간호사의 대리처방, 채혈 등이 현행법상 불법인 배경이다.
1962년 제정된 의료법은 제정 당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나 비대면진료, 재가방문 간호사 등 의료기관 밖 의료·돌봄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면허 의료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면서도 의료행위의 세부적 개념이나 판단 기준은 정하지 않아 판례 등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장애인에 대한 가래 흡인이나 욕창 관리, 자가 도뇨(기구를 통한 소변 배출) 등 일상적인 의료행위까지 불법으로 간주돼 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기술의 발달에 따라 의사나 간호사 등 직역별 업무가 다양해지고 있으나 의료법 상 의료인 직역별 업무범위 규정은 추상적인 상태로 유지되고 있어 현장에서의 갈등과 법적 불안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료·돌봄의 다양한 직역들이 협력하기 위해선 의료법 체계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회는 격주로 회의를 갖고 의료법 체계의 문제점 분석과 주요 규정별 개선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의료기관 밖에서의 의료서비스 제공 근거 체계화 방안 △의료행위와 각 직역별 업무범위 규정 체계 개선 방안 △의료법과 다른 법률과의 관계 재설정 방향에 관한 접점을 모색할 예정이다. 각 회의마다 관련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이뤄지며 필요시 관계단체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이 진행된다. 연구회는 이르면 연내 정부에 의료법 체계 개편 방향에 대한 권고문을 제시할 방침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초고령사회에 맞는 선진화 된 의료·요양·돌봄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특정 직역의 역할 확대만을 반영하는 단편적인 법 제정이 아니라, 의료체계 전반을 다루는 의료법 체계 정비가 우선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지혜를 모아 우리 의료법 체계 개편의 토대를 마련해 달라”고 당부했다.
송민섭 선임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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