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년 전 전황 바꾼 그날... 인천상륙작전 역대 최대 재연

73주년 전승행사 인천 앞바다서 열려
한국전쟁 참전용사 등 1600명 참가
101세 참전 노병 "죽을 각오로 작전 임해"

15일 오전 인천 팔미도 앞바다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재연행사에서 상륙돌격장갑차(KAAV)가 연막탄을 터뜨리며 상륙해안으로 돌격하고 있다. 뉴시스

15일 오전 인천항 수로. 1만4,000톤 규모의 우리 해군 대형 수송함 마라도함과 미국 해군 강습 상륙함 아메리카함, 캐나다 해군 호위함 밴쿠버함이 나란히 등장했다. 함정들은 상륙 목표 지점인 팔미도 정찰과 해안 장애물 제거 작전에 돌입했다. 해군 특수전전단(UDT) 대원들이 고속단정을 타고 팔미도로 향하는 사이 소해함 남해함과 강경함, 해군 특전단 폭발물 처리대(EOD)는 물속 물체를 탐색하는 소나와 무인 기뢰 제거 장비를 들고 침투했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침투를 방해하는 기뢰가 모두 제거되고, 팔미도 등대 탈환이 시작됐다. 곧이어 침투 부대로부터 등대를 점등하겠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등대 점등은 상륙 준비가 완료됐다는 신호. 상륙 준비가 끝나자 해군 구축함 왕건함 등이 상륙 목표 해안을 향해 불을 뿜으며 해상 화력 지원에 나섰다. 이어 "상륙 돌격하겠다"는 무전이 울려 퍼지고 해병대의 침투용 고무보트 12척과 상륙돌격용 장갑차 9대가 해안으로 빠르게 접근했다. 해군 해상 작전 헬기 링스와 육군의 아파치 헬기 등 항공 전력도 신호탄을 터뜨리며 가세했다. 약 30분 만에 상륙 목표 해안인 팔미도 해안을 점령한 뒤 태극기를 게양했다.

1950년 한국전쟁 판세를 뒤집은 인천상륙작전이 73년 만에 인천 앞바다에서 다시 펼쳐졌다. 해군과 인천시는 이날 인천항 수로와 팔미도 인근 해상에서 제73주년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식을 열었다.

1960년부터 개최된 전승기념식은 태풍과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2016년 이후 열리지 못하다가 이날 7년 만에 재개됐다. 실제 병력을 투입하는 재연 행사는 그동안 월미도 해안에서 열렸으나 이날 처음으로 해상에서 이뤄졌다.

전승기념식은 해군 상륙함 노적봉함(4,900톤)에서 6·25전쟁에 참전했던 해병대, 육군 17연대, 켈로부대(미군 소속 한국인 첩보부대) 등 소속 참전용사가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주관으로 열렸다. 현직 대통령이 행사를 주관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유엔(UN)참전국 무관단, 해군·해병대 유관단체, 국민참관단 등 1,600여 명도 참석했다. 해군 대형 수송함 독도함(1만4,500톤)에 시승해 역사의 현장을 함께한 국민참관단은 태극기가 게양되는 순간 박수를 보냈다. 일부 참석자들은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해병대 간부 1기로 인천상륙작전 당시 중위로 참전한 이서근(101) 예비역 해당 대령은 이날 영상 회고사를 통해 "내가 죽을 장소가 인천이라는 생각으로 상륙작전에 임했다"며 "더 발전한 국가, 더 좋은 나라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재연 행사가 마무리되고 이어 마지막 순서로 해군과 해양경찰 함정의 해상 사열이 펼쳐졌다. 해상 사열에는 이지스 구축함 서애류성룡함과 호위함 인천함, 해경 경비함 3005호, 고속정 편대 등이 참가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