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피해자 억울함 풀고 싶어"…고교생이 확인장치 개발
[EBS 뉴스]
지난해 강릉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열두 살 학생이 숨지고, 운전자인 할머니가 피의자로 조사를 받은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이렇게 급발진 의심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운전자가 차량의 문제를 직접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치를 최근 전남의 한 고등학생이 개발해 주목받고 있습니다.
먼저 영상부터 보고 오시겠습니다.
[VCR]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급발진 의심 사고 169건
하지만 '차량 결함' 인한 급발진
인정 사례 '전무'
차량 결함 증명
운전자가 '직접' 해야
"억울한 피해 막고 싶다"
고교생이 '급발진 확인장치' 개발
제44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대통령상' 수상
------
서현아 앵커
급발진 확인장치를 개발한 전남 송강고등학교 2학년 국지성 학생과 함께 발명 과정의 뒷얘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어서오세요.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국지성 2학년 / 전남 송강고등학교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남 공립 대안학교 송강고 2학년 국지성입니다.
서현아 앵커
이번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하셨죠.
수상작이 '급발진 확인장치'인데요.
어떤 발명품인가요?
국지성 2학년 / 전남 송강고등학교
자동차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움직인 양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와 압력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달아 운전자가 어떤 페달을 얼마나 밟고 있는지를 측정해 센서들의 정보를 LED 빛으로 변환해서 자동차 앞 유리창에 반사합니다.
그리고 유리창에 반사된 LED 정보가 블랙박스에 녹화되는 장치입니다.
이 정보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가 자동차의 페달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알 수 있고 혹시 페달이 고장 나서 움직이지 않는 경우도 알 수 있습니다.
급발진 추정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브레이크가 경직화되어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움직이지 않아 브레이크 등이 켜지지 않는데, 본 장치를 장착하면 이런 상황들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굉장히 인상적인 발명품입니다.
사실 다른 발명품을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특별히 급발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국지성 2학년 / 전남 송강고등학교
작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강릉 급발진 사고를 보게 되었는데 할머니가 운전 중 급발진 추정 사고가 났습니다.
그 자동차에 타고 있던 손자는 사망하였고 할머니는 오히려 범죄자가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할머니의 구속을 막기 위해 가족들이 힘을 쓰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사건은 누가 봐도 급발진 사고인데 왜 인정을 못 받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이에 대하여 조사해 보니 우리나라는 운전자가 직접 급발진 원인을 밝혀야 하는데 증거가 부족해서 지난 15년간 대부분의 사고가 운전자 잘못으로 판결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고 운전자 가족들의 인터뷰 내용에는 브레이크 등이 켜지는 CCTV 녹화 영상을 어렵게 찾아 보여줘도 국과수에서는 전자장치 오류로 불이 켜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운전자가 어떻게 자동차 페달을 밟았는지 알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장치는 무엇보다도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구현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현아 앵커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한 어떤 의지가 엿보이는 발명품인데요, 이 장치를 개발할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뭐였는지도 궁금하네요.
국지성 2학년 / 전남 송강고등학교
처음엔 페달을 3D프린터로 작동하는 모형으로 만들어 전남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심사위원 선생님께서 실제 모형으로 제작하면 더욱 좋겠다고 하셔서 지도교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선생님 차를 사용하자고 하셨고, 선생님 차에 사용하는 페달을 구해오셨습니다.
그 페달들을 용접해서 실제 자동차 구조와 같은 모형을 만들었고 결과도 잘 나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긴 시간이 걸려 해결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실제 차에 장착하고 주행 실험하는 과정에서 거리센서가 도저히 이해 안 가는 값이 나오는 문제였습니다.
전국대회 1주일 정도 남은 시점이라 스트레스도 심했는데 차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 주변의 차 구조를 자세히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페달 주변은 대부분 자동차 시트가 깔려 있고 주변은 울퉁불퉁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본 발명품은 그동안 모형에 설치해서 실험했는데요, 이때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가 인식하는 면은 깔끔한 평면구조였습니다.
저희 선생님 차는 코일 메트가 깔려 있었는데 이 코일에 반사되는 초음파 신호가 불규칙적으로 튕기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여러 실험을 해보다가 자동차 매트에 각도를 틀어서 측정해 보니 가끔 비정상적인 값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원인이 매트의 재질과 초음파 신호가 반사되는 각도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초음파 센서를 다양하게 사용했기에 이런 현상이 발생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였고 안정성은 본 발명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페달의 움직이는 거리를 측정하던 방식에서 페달의 움직이는 각도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여 훨씬 더 정확한 장치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아주 끈질긴 집념도 대단하지만, 이 과정에서 도움을 준 분들도 많이 계셨을 것 같아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국지성 2학년 / 전남 송강고등학교
이 아이디어를 처음 구상하고, 실제 구현하기 위해 같이 고민해 주시고, 제가 부족한 전자 회로 설계와 코딩까지 발명품을 만드는 내내 제 곁에서 가르쳐 주신
저의 발명 지도 선생님이신 류태욱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선생님께서는 주말과 방학 동안 저를 위해 시간 내시고 일도 바쁘신데 너무 고생해 주셨습니다.
또 실제 모형을 만들 수 있게 용접을 가르쳐 주신 저희 송강고 목공부 강성 선생님께도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아이디어 검증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 동신대학교 정경권 교수님과 전남도립대 문경준 교수님께도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서현아 앵커
정말 훌륭한 선생님들이 주변에 많이 계신 것 같아서 저도 함께 감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동안 꾸준히 여러 발명품을 만들어 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상을 받은 이 급발진 확인장치 말고 또 다른 것들도 소개해 줄 수 있을까요?
국지성 2학년 / 전남 송강고등학교
작년에 만든 발명품으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을 때 마치 학교에 있는 것처럼 수업 종도 울려 주고, 잠을 자는 학생에게 따로 알람을 울릴 수 있고 온라인 수업 중에서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궁금한 질문사항이 있으면 손들거나 퀴즈에 답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가끔 수업을 듣기 싫어 컴퓨터가 고장 났다거나 카메라, 마이크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하는 친구들을 위해 만들었죠.
서현아 앵커
전국의 학생들이 이 방송 보고 있을 텐데, 조금은 긴장할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렇다면 이제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지,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지도 궁금한데요.
국지성 2학년 / 전남 송강고등학교
아직 꿈을 딱 정하진 않았지만 3D 모델링과 영상에 관심이 있어 모델링과 영상에 대하여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서현아 앵커
국지성 학생의 발명품이 꼭 상용화되서 억울한 피해를 당하는 운전자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