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버스 안 단상: 기후위기와 묻지마 범죄

최영미 작가/이미출판사 대표 2023. 9. 15.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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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집을 나와 버스를 탔는데 버스 밖만 아니라 안에도, 의자 시트만 아니라 유리창에도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조용히 붙어있는 광고판은 참을 만한데, 버스 안에 설치된 광고용 TV는 정말 짜증 난다.

조금만 노력하면 기후위기와 묻지마 범죄를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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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최영미 작가/이미출판사 대표)

국제유가가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도 9주째 올랐다. 에너지 위기를 실감하며 집을 나서자마자 전자파가 날 습격한다. 내가 사는 아파트 승강기 안에 언제부턴가 전자 광고판이 설치되어 눈이 피곤하다. 피곤해 외면하고 싶지만 휙휙 돌아가는 동영상 화면에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간다.

집을 나와 버스를 탔는데 버스 밖만 아니라 안에도, 의자 시트만 아니라 유리창에도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다. 활자광인 나는 읽기 싫어도 내 앞의 모든 글자를 읽는다. 빚에 쪼들리는 사람들을 구제해 준다는 "개인회생 파산 면책" 전화번호, 입시학원과 보일러 광고가 대세다. 운행 중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시선이 가려 위험해지니, 버스 창유리에 다닥다닥 붙은 광고는 금지해야 하지 않나. 식당에서도 종이 메뉴 대신 전기로 작동하는 전자메뉴판을 부착한 식당들이 늘어나, 음식을 주문할 때도 클릭을 해야 하는 세상에 나는 살고 있다.

기후위기에 아랑곳없이 화석에너지를 낭비하는 한국 사회. 올여름은 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고 9월에도 30도가 넘는 폭염으로 지구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US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뉴욕에선 환경운동가들이 여자 단식 4강전 도중 관중석에서 화석연료 반대를 외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실내 코트에서 야간에 진행되는 테니스 대회는 에너지 소비가 높다. 테니스를 비롯해 모든 스포츠 대회를 대낮의 햇살 아래에서 치르면 좋겠다. 야외 경기가 불가피하다면 지금처럼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는 실내조명이 아니라, 환경친화적인 채광 시설을 만들자.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화장품 살 때 끼워주는 샘플이나 경품 증정을 금지하는 건 당장 실천할 수 있지 않나.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글로벌 스탠더드'를 재빨리 따라가는 전통이 있다. 근대 이전에는 중국이 우리의 글로벌 스탠더드였고, 불교와 유교의 수용도 중국을 따라가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런데 세계적인 기후변화에는 유독 무감각한 한국인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답이 나온다. 여야 정쟁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정치 과잉의 대한민국. 당장의 '이슈'에만 몰입하는 국민의 습성이 언제 바뀔는지.

조용히 붙어있는 광고판은 참을 만한데, 버스 안에 설치된 광고용 TV는 정말 짜증 난다. 은둔 청년들에게 월세를 1년간 지급한다는 안내방송을 들으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상 동기 범죄(일명 '묻지마 범죄') 대응 관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은둔 청년들에게 무료로 식사할 수 있는 식권을 나눠주면 어떨까? 편의점의 간편음식에 익숙한 청년들에게 정성이 들어간 음식을 먹이자.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친구들끼리 식사하며 일자리 정보도 얻고 말동무도 생기고, 무직 청년들의 정서와 신체 건강에 좋고 범죄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코로나가 오래 지속되며 외톨이 은둔 청년이 늘어나 사회가 불안해졌다. 타인과 대면하지 않고 인터넷 게임에 몰두하는, 호기심 많은 젊은이들이 범죄와 포르노에 노출되어 위험한 망상에 빠져 있다.

또래와 사귀지 않는 아이들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폭력적이 되기 쉽다. 최근 우리 사회에 늘어난 '묻지마 범죄'는 코로나19 이후 특징적인 현상이다.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실시하고, 자살이나 폭력을 부추기는 사이트는 폐쇄하기 바란다. 지역의 식당과 연계해 청년 실업자들에게 급식 쿠폰을 지급하면 자영업자도 돕고 청년들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조금만 노력하면 기후위기와 묻지마 범죄를 줄일 수 있다.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자연을 만나는 시간을 늘려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영미 시인/이미출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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