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식 도보 순찰 강화한다고, 흉악 범죄 막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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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거점마다 드론을 띄워 구석구석 범죄 예방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나요? 이렇게 했는데도 사건이 터지거나 정권이 바뀌면 폐지되겠지만요."
최근 하루 최대 3시간씩 도보로 순찰하고 있는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ㄱ경사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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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거점마다 드론을 띄워 구석구석 범죄 예방을 하는 게 더 현실적이지 않나요? 이렇게 했는데도 사건이 터지거나 정권이 바뀌면 폐지되겠지만요.”
최근 하루 최대 3시간씩 도보로 순찰하고 있는 서울의 한 지구대 소속 ㄱ경사는 이렇게 말했다. 경찰 2명으로 구성되는 현장 순찰조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흥가나 번화가, 공원, 등하굣길 등을 중심으로 날마다 도보 순찰을 벌인다. “좁은 골목이 많은 유흥가는 2명으로 턱도 없는데, 주변에서 무슨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순찰조는 뭐했냐고 책임을 묻겠죠.”
교외 지역 파출소 근무자는 더욱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시내라고 할 만한 곳에도 새벽엔 불조차 켜져 있지 않고 지나는 사람도 없는데, 자정 넘어서도 무조건 순찰하라니 황당해요. 돌고 있는지 감사에서 확인까지 하는데, 사람이 없어도 우두커니 서 있으란 겁니까.”
현장 경찰들은 ‘치안 정책’이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27년차인 한 경찰관은 “1970년대에 부잣집 주변 도보 순찰을 강화하던 것과 뭐가 다른가”라며 “이렇게 해서 무차별 흉악 범죄를 막을 수 있다면 잠을 줄여서라도 하겠지만, 아니란 걸 모두가 알기에 조직의 사기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 지난 7월21일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무차별 흉기 난동이 벌어진 뒤 경찰은 장갑차를 곳곳에 배치하며 특별치안활동을 보여줬지만, 한달이 채 안 된 지난달 17일 신림역에서 불과 2㎞ 떨어진 한 공원에서 성폭행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유족은 “장갑차도 다니고 (경찰이) 뉴스에 보여주기식을 많이 했는데, 결국엔 또 사고가 나지 않았냐”고 절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장에선 도보 순찰 강화로 정작 급히 출동해야 하는 상황에 대처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112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먼저 출동해 신속히 초동 조처를 해야 하는데, 도보 순찰을 하면 순찰차까지 이동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또 최근 경찰청이 전산시스템 활용, 장비 운용 실태 등 지구대·파출소 경찰관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에 나선 것을 두고 고연차 경감·경위를 겨냥한 조직 갈라치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경찰 인력은 전혀 늘려주지 않다가 현장의 치안 공백 책임을 떠넘기고, 전산망 운용에 서투른 고연차 경찰을 걸러내기 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지구대·파출소 인력은 고작 0.5% 늘 만큼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반면 검·경 수사권 조정과 의무경찰제도 폐지 등을 거치며 수사경찰은 같은 기간 1.3배, 기동대는 2.7배 늘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시대 변화에 따른 것이다. 스토킹이나 가정폭력 등이 중한 범죄로 분류돼, 그쪽에 추가 인력이 배정된 것으로, 지역경찰에는 변동이 없었다”고 했다.
다음 주 경찰은 잇단 흉악범죄 등에 대응하기 위해 순찰 인력 등을 확충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 조직 개편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갑작스러운 기조 변화에 졸속안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순찰 강화를 위해 수사 지원이나 지역경찰 지원 인력을 줄이는 건 또다른 치안 공백을 낳을 수 있어서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말고’ 식 땜질 개편보다는 치안 수요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내놓을 때다.
장나래 이슈팀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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