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무더기 수사의뢰···표적감사 논란 확산

정대연·조문희 기자 2023. 9. 1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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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대상 오른 문재인 정부 인사 29명 달해
감사위 의결 없이 수사 요청·언론 공개 문제 지적
야권 “윤 정부 실정 덮으려 전 정부를 공격” 비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19일 만인 2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만찬을 겸한 회동을 갖고 있다. 2022.3.28. 청와대사진기자단

감사원이 15일 문재인 정부가 주택 등 주요 국가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고 관련자 22명을 수사의뢰하면서 여야 대치가 한층 가팔라지게 됐다. 특히 전 정부 인사에 대한 전방위 감사를 벌여온 감사원의 표적감사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정부 최고위직 인사들을 무더기로 수사 요청한 이번 감사는 대상 직위와 규모를 감안할 때 전례를 찾기 어렵다. 감사원이 지난 13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22명에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한 7명을 더하면 이 사건과 관련해 수사 대상에 오른 문재인 정부 인사는 현재까지만 29명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20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한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서해 피격 사건 외에도 4대강 보 해체,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환경영향평가 고의 지연 의혹,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감사원 감사가 이어졌다. 고용보험기금 재정관리 실태,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도입 추진 실태 등 문재인 정부 주요 정책과 관련한 감사도 예정돼 있다. 이러한 감사들은 대부분 정부 차원의 고도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감사라는 점에서 정치 보복 논란이 제기된다.

감사원이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검찰 수사 요청을 계기로 한 중간 감사결과다. 이후 감사위원회가 감사보고서를 최종 의결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 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6월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보고서 감사위 의결 과정에서도 보고서 내용이 수정됐다. 감사위 의결 없이 수사를 요청하고, 확정되지 않은 감사 내용을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문제가 지적된다. 감사원은 지난해 서해 피격 사건 관계자 수사 요청 및 중간 감사결과를 언론에 공개해놓고 지금까지도 감사위 의결을 거치지 않고 있다. 감사원이 정치적 고려에 따라 적절한 시점에 감사위를 우회해 현 정부에 유리한 감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윤석열 정부 감사원의 중간 감사결과 공개는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때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시작한 이번 감사를 이례적으로 세 차례나 연장하며 이어왔다.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택 통계와 관련해서는 올해 2월부터 특별조사국을 투입했다. 개인 비위 등 직무감찰을 주로 하는 부서여서 정책 감사 투입은 이례적이다. 정치감사란 주장이 제기되는 한 배경이다. 지난 7월 유병호 사무총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숙동 당시 특조국 1과장이 특조국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통계조작 감사 논란은 내년 4월 총선과도 연결된다. 여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정치적 논란으로 끌어들이며 반문재인 보수층의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은 통계 조작, 뉴스 조작, 선거 조작, 수사 조작 등이 일상적으로 자행된 조작 정권이었다”면서 “직원들이 장부를 속이는데 주인이 모르고 있었다면 바지사장이고, 알았다면 주범”이라며 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앞서 서해 피격 사건 감사 때 감사원이 문 전 대통령을 서면조사하려다가 야권이 거세게 반발한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가 실정을 덮기 위해 전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이 문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정부 전체를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야권 인사에 대한 수사가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해온 민주당의 목소리는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모인 ‘포럼 사의재’는 이날 입장문에서 “감사원 감사는 철저히 당리당략을 따른 정치 행위이자 감사원이 헌법기관이기를 포기한 노골적인 정치 참여 선언”이라며 “무능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가리려는 정국 돌파용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 정부를 통계조작으로 옭아매 검찰의 마수에 넘겨주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강한 의지만 확인시켜줬다”며 “있지도 않은 통계조작을 만들어낸 감사원의 조작감사야말로 국기문란”이라고 논평했다.

문재인 정부 통계조작 의혹은 이제 검찰 수사와 이후 재판 결과에 따라 문 전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중 한쪽에 큰 정치적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차원의 통계조작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문재인 정부의 도덕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반면 재판에서 통계조작이 아닌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정당한 노력”이라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감사원은 전임 정부를 흠집내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벌였다는 비난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도 정치 보복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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