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용 쥐는 왜 대부분 수컷일까...과학자들 “동물실험에서도 젠더 균형 필요”

제주=홍아름 기자 2023. 9. 1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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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을 개발할 때 전임상 실험(동물 실험)에 사용하는 쥐는 주로 수컷이다.

최근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에서도 백인 남성 중심에서 다양한 인종과 남녀를 균형감 있게 참여시켜야 한다는 젠더이슈가 해외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전임상 단계인 동물 실험에서도 암컷과 수컷을 균형있게 포함하고 결과를 확인할 때도 성별에 따른 차이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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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아시아실험동물학회 정기학술대회
최근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에서도 백인 남성 중심에서 다양한 인종과 남녀를 균형감 있게 참여시켜야 한다는 이슈가 해외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전임상 단계인 동물 실험에서도 암컷과 수컷을 균형있게 포함하고 결과를 확인할 때도 성별에 따른 차이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요쿠르트를 섭취 한 쥐(왼쪽)와 일반 실험쥐. 성별 구분을 하지 않고 실험이 이뤄졌다. /ABC뉴스

신약을 개발할 때 전임상 실험(동물 실험)에 사용하는 쥐는 주로 수컷이다. 세포주도 대부분 수컷 세포주로 단일 성별을 대상으로 실험이 실행된다. 동물 실험 초기부터 암컷은 발정주기에 따라 호르몬이 변하므로 제대로 된 실험을 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암수를 모두 사용하는 실험에서도 성별 기반의 분석은 42%에 불과할 정도로 동물 실험에서 ‘성별’은 고려 요건에서 종종 누락된다.

최근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 시험에서도 백인 남성 중심에서 다양한 인종과 남녀를 균형감 있게 참여시켜야 한다는 젠더이슈가 해외 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면서 전임상 단계인 동물 실험에서도 암컷과 수컷을 균형있게 포함하고 결과를 확인할 때도 성별에 따른 차이를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타샤 카프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연구원은 1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열린 제9회 아시아실험동물학회(AFLAS) 정기학술대회에서 “단일 성별 실험은 남녀 모두를 대표하지 못해 생물학적 지식이 편향될 수 있다는 과학적 배경의 지적이 나오면서 점차 그 사례가 줄어들고 있다”며 “성별에 따라 메커니즘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자세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국립보건원(NIH)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네이처 퍼블리싱 그룹(NPG)의 일부 저널 등은 암수 동물을 실험에 모두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성별을 모두 포괄하는 실험을 계획하는 데 익숙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카프 연구원은 “비용뿐 아니라 연구 계획이 복잡해진다는 점 등이 장벽”이라면서도 “연구 계획이 적절한지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를 마련하고 동시에 문화적 변화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성별 따라 다른 실험 결과... 메커니즘 밝히는 ‘실마리’로

제9회 아시아실험동물학회(AFLAS) 정기학술대회./홍아름 기자

‘동물 실험에서의 성별 문제’를 주제로 한 이날 세션에서는 김은하 고려대 의대 교수와 김상건 동국대 약대 교수, 김나영 서울대 의대 교수가 연사로 나섰다.

김은하 교수는 암수를 모두 포괄하는 실험이 더 정교한 연구 결과를 얻고 연구의 신뢰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임신한 생쥐의 면역에 이상이 생기거나 감염되면 태아에게 신경 발달 장애가 나타난다”며 “그 정도가 태아의 성별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특히 태아가 수컷인 경우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와 같은 신경 발달 장애가 더 잘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스트레스 신호와 관련된 수컷의 전달 경로가 교란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차단해 ASD와 같은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별에 따라 간암 등의 간 질환과 대장암의 진행도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간세포암(HCC)을 포함한 간 질환의 발생·사망률은 여성보다 남성에서 상당히 높다. 김상건 교수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 수용체의 신호 전달 경로와 간 질환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며 “에스트로겐 수용체가 간에서 발현되는 단백질을 억제해 암세포의 이동을 방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나영 교수는 쥐 모델로 대장암 치료제 ‘에스트라디올’의 효율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에스트라디올은 스테로이드성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한 종류로 염증을 낮추고 대장암 발생을 억제한다고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수컷과 암컷 마우스에 에스트라디올을 투여한 뒤 증상을 비교했는데 수컷 마우스에서 대장암의 위험 인자인 대장염과 종양 수가 암컷과 비슷하게 감소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에스트라디올이 항산화와 항염증 기능을 가진 유전자 발현의 주요 인자 ‘nrf2′ 경로를 조절해 대장암 발병률을 낮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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