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친구에게 손 내밀자 "고립돼 두려웠지만 이제 용기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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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될까 많이 무서웠어. 고마워'란 친구의 한마디에 크게 감동했죠."
성신여대 스포츠과학부 2학년 배은빈(21)씨의 친구 A씨는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하루 무감각하게 살았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4학년 이나혜(25)씨는 지난해 4월 친구와의 대화를 계기로 같생 서포터즈에 지원했다.
이씨는 "아픈 기억을 떠올린 친구의 얘기로 극단적 선택이 '내 주변의 일'이란 걸,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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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선택 고민하는 속사정, 소통 중요성 느껴"
"마음 아픈 청년들 곁에 누군가 있다는 희망 줘야"
"'사실은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될까 많이 무서웠어. 고마워'란 친구의 한마디에 크게 감동했죠."
성신여대 스포츠과학부 2학년 배은빈(21)씨의 친구 A씨는 세상과 단절된 채 하루하루 무감각하게 살았다. 소설 '인간실격'에서 사람과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피폐해지는 주인공 "요조가 된 것 같다"고 되뇌던 A씨. 혹시나 친구가 잘못된 선택을 할까 걱정한 배씨는 어떻게든 삶의 희망을 되찾게 도와주고 싶었다. 배씨의 마음은 결국 닿았고 A씨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이제는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술 한잔을 기울이며 웃고 떠드는 청년으로 변했다.
배씨가 친구를 도울 수 있었던 건 '같생 서포터즈'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 같생 서포터즈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최근 증가하는 청년 자살률을 줄이고자 청년의 시각으로 접근하기 위해 만들었다. 신조어 '갓생(부지런하고 모범이 되는 삶)'을 변형해 '같이 살자'는 뜻을 담았다. 지난 5월부터 80명의 청년이 매달 자살 예방 관련 콘텐츠를 제작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있다.
SNS로 타인과 비교하는 삶에 괴로운 청년들, 마음에 드는 병
생명 존중 문화 조성을 위해 지난 13일 서울청계광장에서 열린 '같생 서포터즈 박람회'에서 배씨 등 20대 청년 3명에게 서포터즈 활동에 대해 물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소위 스펙 쌓기에 몰두해도 부족할 시기에 친구들이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자신의 시간을 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갈수록 늘어나는 20대 자살률에 주목한 건 남의 얘기가 아닌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4학년 이나혜(25)씨는 지난해 4월 친구와의 대화를 계기로 같생 서포터즈에 지원했다. 당시 아이돌 가수 고(故) 문빈의 사망과 10대 여학생의 투신 생중계 사건이 일어났지만 자신과는 거리가 먼 다른 세상의 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우연히 고등학교 때 친구가 세상을 등진 지 1주기가 됐다는 친한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씨는 "아픈 기억을 떠올린 친구의 얘기로 극단적 선택이 '내 주변의 일'이란 걸,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내 주변에 일어날 수 있는 심각한 일… 관심의 중요성 배워"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힘들어하는 사람의 사정을 나눠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무거운 이야기라 조심스럽고 괜히 자극할 수 있어 직접적인 이야기는 피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 반대였다. '옆에 내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씨는 "요즘 20대는 SNS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세대라 마음이 아파도 혼자 숨는다"며 "이들의 이야기를 직접 자세히 들어야 마음이 풀리고, 전문 상담기관에 연계해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배씨도 "디지털 세대인 20대의 특성을 같은 세대라 더 크게 공감할 수 있다"며 "힘들어하는 친구들에게 1393(자살예방 상담전화)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인식 개선을 위해 발로 뛰는 활동도 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여대에 다니는 안형연(23)씨는 "주변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어떻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지 배웠다"며 "우울증이나 무력감을 느끼는 분들에게 직접 찾아가 말동무를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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