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이재명 단식' 어쩌나…딜레마에 빠진 국민의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무기한 단식 투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의힘이 난감해지는 형국이다. '단식쇼' 등 냉소적 반응을 보였던 김기현 대표는 이 대표의 단식 15일 만에 중단을 요청했으나, 그 이상의 제스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대표의 건강이 날로 악화하면서 정국의 뇌관이 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선 여당의 역할론도 거론되고 있다.
15일 단식 16일차를 맞은 이 대표는 급격한 건강 악화로 의료진의 입원 권고를 받았으나 거부 입장을 고수했다.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전체적인 신체 기능이 심각하게 저하돼 있고 특히 공복 혈당 수치가 매우 낮아 건강이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의료진이 이 대표의 입원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이 대표는 단식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매우 강하게 표시하고 있다"며 이 대표를 강제로 병원으로 이송시킬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하며 국회 내 일촉즉발 소동도 잦아지고 있다. 이날 이 대표가 단식 농성을 하는 국회 당대표실 앞에선 지지자로 추정되는 70대 남성이 혈서를 쓰겠다며 흉기로 자신의 손가락을 긋는 소동을 벌였다. 전날에도 지지자로 추정되는 50대 여성이 이 대표의 단식 농성장에서 흉기를 휘둘러 경찰 2명에게 상해를 입혔다.
이와 관련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오후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상당히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며 "21대 마지막 국회인데 어제 우리 당대표께서 정중하게 단식 중단을 요청하셨고 이 대표 건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건강과 국회 상황도 생각하셔서 이유 불문하고 단식을 중단했으면 좋겠다는 게 우리 당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다만 김 대표는 단식장을 방문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단식장을 방문할 생각이 없나'라는 질문에 "중단하시는 게 좋겠다. 건강 안 좋으신 분이 그래서 되겠나"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대표의 건강이 악화되자 당초의 조롱과 비판의 입장에서 선회했으나 그 이상의 제스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아직 이 대표를 찾아가야 한단 분위기는 전혀 없다"며 "이 대표가 만든 프레임의 말려들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명분 없는 단식 중인데 우리가 거기 힘을 실어줘야 하나. 찾아간들 무슨 대화를 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김 대표가 이 대표를 찾아 정치적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문민정부의 민주개혁과 성숙한 민주주의' 세미나에서 "밉거나 곱거나 야당대표가 단식을 하면 찾아가야 대화가 이뤄진다. 대화가 없으니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김영삼 총재가 단식했을 때가 전두환 정권인데 당시 권익현 민주정의당 사무총장을 보내서 문병토록 했다"며 "야당 대표가 단식하는데 여권에서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건 정치상도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양향자 한국의희망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김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이 대표의) 건강 상태가 매우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나서 들어달라. 그것만으로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11일 "상대방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대방 손을 잡아주고, (상대방이) 건강을 회복한 뒤에 또 싸우면 된다"며 김 대표의 이 대표 방문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여당이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이상, 이 대표는 단식 도중 쓰러지면서 불가피하게 단식을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단식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알 수 없으나 이 대표의 건강 악화가 추석연휴를 전후해 정국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장동 허위인터뷰'에 전방위 드라이브를 걸고 민주당의 '대선 공작' 의혹을 추석 밥상에 올리려던 여당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단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전날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김기현 체제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에 대응하는 것을 보고 시한부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무당층의 일부가 국민의힘에 실망하고 또 이재명 대표 단식에 동참하면서 여론이 좀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반면 이 대표는 이번 단식농성으로 이미 소기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단 평가가 온다. 우선 비명계의 반발이 가라앉았다. 당내 동정론이 확산하며 체포동의안은 부결이 확실시 된다. 검찰이 이 대표의 체포영장을 조만간 청구할 예정인 가운데 이 대표가 단식 중일 경우 야권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부각하며 검찰을 향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할 수 있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교수는 "이 대표의 단식이 일주일을 넘겼을 때쯤 김 대표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자는 퍼포먼스를 취했다면 정치적, 도의적 책임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는데 골든타임을 이미 놓쳤다"고 분석했다. 이어 "여당의 정치력도 부재하고 민주당 또한 국민의힘이 대화에 나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마련하는 등 출구를 마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이 대표로선 단기적으로 체포동의안 표결과 당 대표 유지와 관련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궁극적이고 지속가능한 해결방식으로 볼 순 없다"고 밝혔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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