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급증, 가계소득 감소에 '화들짝'... 文 정부, 고용·소득 통계 '주물럭'
"이 정도예요? 최소, 최대가 30만에서 50만이죠?"
2019년 10월 26일, 통계청이 청와대에 '병행조사가 비정규직(기간제) 증가에 미친 영향'을 보고했다. 추정치가 23만2,000~36만8,000명이라는 내용에 청와대 정책실 비서관은 이렇게 되물었다. 당시 청와대는 비정규직이 86만7,000명이나 급증하자 "있을 수 없는 수치"라며 병행조사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면서 "통계결과 발표에 어떤 방식으로든 병행조사를 분석해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 김상조 정책실장이 주재하는 회의에서 통계청장은 수치를 바꿔 27만7,000~47만9,000명이라고 보고했다. 비정규직 추정 최대치가 하루 만에 11만 명 넘게 증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15일 "청와대가 비정규직 급증 원인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정해주며 병행조사 효과로 몰아갔다"고 해석했다.
'병행조사'란 매월 실시하는 '경제활동 인구조사'에서 비정규직 고용현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질문을 추가·변경한 것이다. 가령, "고용계약기간은 얼마입니까?"라고 물은 뒤, 병행조사를 통해 "고용계약기간 또는 고용예상기간은 얼마입니까?"라고 재확인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을 통해 일부 응답자는 자신이 비정규직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그로 인해 수치가 급증했다고 주장하는 게 '병행조사 효과'다. 하지만 통계청은 이 같은 효과가 실제 존재하는지 검증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좋은 일자리 창출'을 국정과제로 정해 2017년 5월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신설하고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2017년 문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약속으로 논란이 됐던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인국공 사태) 등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은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정책으로 당시 초미의 관심사였다.
이 같은 의지와 달리 기간제 근로자는 2019년 1월 259만 명에서 같은 해 8월 380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청와대가 고용 통계에 손을 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책실은 보도자료 인포그래픽에 "기간제 증가 수치를 모두 삭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고용뿐만 아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정책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소득 통계 조작에도 깊이 관여했다. 문 정부의 주요 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해서다.
'2017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를 준비하던 통계청은 2010년 이후 계속 증가하던 가계소득이 감소로 전환하자, 상대적으로 가계소득이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가중치를 뒀다. 그 결과 소득 증가율이 -0.6%에서 1%로 둔갑했다. 3·4분기에도 같은 방법의 왜곡은 계속됐다.
특히 같은 해 '소득5분위배율'(상위 20% 평균소득을 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국민소득 분배상태를 보여주는 지표)은 계속 악화했지만 오히려 개선된 것으로 조작했다. 이에 청와대 등은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소득 분배가 개선으로 전환됐다"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성과로 홍보했다.
이듬해 청와대 경제수석실은 소득5분위배율이 악화하며 비판 여론이 일자 "뭐라도 분석해야 한다"면서 노동연구원에 별도로 '가구' 단위가 아닌 '개인' 근로소득 증감을 분석토록 요청했다. 이 때 올라온 보고에 근거해 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 불평등이 크게 개선됐으며, 긍정적 효과가 90%'라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아예 통계청장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고 청와대 지시로 자료가 수정돼 발표된 경우도 있었다. 2018년 8월 청와대는 통계청의 보고 내용에 대해 "논쟁이 불거진다"면서 소득5분위배율 분석결과 삭제를 지시하고, '표본의 한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도록 지시하는 등 구체적 문구까지 바꾸도록 했다. 통계청장 결재를 거친 자료를 청와대가 수정했지만 결과는 청장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은 자료 발표 사흘 뒤 경질됐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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