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질타 받은 국토부…"부동산원 날려버리겠다" 통계조작 압박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3. 9. 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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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통계 조작
靑, 속보치 미리 받고 압력행사
부동산 대책 발표 후에는
집값 상승률 낮추라 직접 지시
확정치 0.12%→0.09%로 변경
국토부 "이대로면 우리 다 죽어
한주만 더 마이너스 안되겠나"
부동산원 조직·예산 감축 협박

◆ 文정부 통계조작 ◆

김현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 취임 2주년을 앞둔 2019년 6월. 1년 전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9·13 부동산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집값이 꿈틀거리더니 6월 셋째주 들어 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으로 전환됐다. 청와대는 즉각 국토부에 "왜 이렇게 차이(초반-중간 집계 차)가 크냐"며 불호령을 내렸다.

국토부는 집값 통계를 담당하는 한국부동산원(당시 한국감정원)에 급히 연락을 넣었다.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1차관 산하 주택토지실) 다 죽는다.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 부탁드리면 안 되겠나."

압박을 느낀 부동산원은 마지못해 서울 매매 확정치를 당초 '보합'에서 '0.01% 하락'으로 바꿨다. 보도자료도 당초 '서울 지역이 보합세로 전환, 강남 4구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는 내용이었지만 '서울은 32주 연속 하락세 지속, 강남 4구는 대체로 보합세'라는 내용으로 바꿔 배포됐다.

감사원이 15일 공개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 실태' 감사 중간결과에는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 정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감사원은 당시 청와대·국토부·부동산원 관련자들의 카카오톡과 문자메시지 등에서 이 같은 대화 내용을 확인했다.

임기 내 총 26회에 걸친 부동산대책을 쏟아내면서도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통계법을 어기고 작성 중인 통계를 사전에 입수한 뒤 통계 작성 기관인 부동산원을 국토부를 통해 수시로 겁박하고 몰아붙였다. 통계법은 통계 작성 기관이 작성 중인 통계를 다른 기관에 미리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다른 기관들이 통계 작성 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를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6월 초부터 청와대 정책실은 매주 7일간 진행돼야 하는 조사가 3일만 진행된 상태에서 중간집계(주중치) 수치를 보고하도록 하고, 나중에 나온 속보치나 확정치가 중간집계 수치보다 높게 나오면 부동산원에 "그 이유를 대라"고 압박했다. 당시 장하성 정책실장은 주 1회 통계로는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주중 조사를 요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주중치'가 생겨난 배경이다.

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동산원은 주중 조사가 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총 12차례에 걸쳐 중단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와 국토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부동산대책 발표가 잦았던 만큼 대책 발표 후에는 규제 효과가 커 보이도록 부동산원에 조작을 수시로 지시했다. 청와대는 2018년 2월 부동산대책 발표에도 서울 매매 주중치가 0.25%로 상승하자 하향 조정을 요구했고, 부동산원은 임의로 전주 확정치와 유사한 0.23%로 변동률을 산출했다.

또 2018년 8월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 발언으로 집값이 불붙으면서 8월 4주 차 서울 매매 변동률 주중치가 0.67%로 높게 보고되자 청와대는 부동산원에 속보치와 확정치까지 낮추라고 지시했다. 부동산원은 변동률 확정치를 주중치 대비 0.22%포인트 내린 0.45%로 조작해 공표했다.

최 사무차장은 "서울 매매 가격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 2019년 6월 이후 국토부는 부동산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하거나 조직과 예산을 날려버리겠다고 발언하는 등 부동산원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고 전했다.

2020년 7·10대책 발표 후에도 집값 변동률이 두 자릿수(0.12%) 상승 조짐을 보이자 청와대는 "(국토부) 주택정책과장은 뭐 하는 거냐"며 강하게 질책했고, 결국 상승률 최종치는 한 자릿수(0.09%)로 변경됐다.

감사원 조사에서는 2020년 참여연대 출신인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겨냥한 압박성 발언도 드러났다. 당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김현미 장관이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서울 집값 상승률은 11%"라고 발언하자 경실련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아파트 값 상승률이 52%에 달한다"고 맹비판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국토부 고위 관계자에게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 그렇게 소극적으로 하냐"고 질책했다.

이런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해 여당인 국민의힘은 "심각한 국기 문란이자 국정농단"이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통계 조작은 임기 내내 진행돼 문재인 정권의 정책 실패를 덮었고,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경제정책을 유지하기 위한 변명거리가 됐다"며 "정책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덮으려 한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지용 기자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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