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만 잘 팔리네" 韓서 유독 약한 전기차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3. 9. 1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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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친환경차 상반기 판매 비교해보니
미 전기차 판매증가율 62%
韓은 14% 그쳐 저조한 편
"전기차=충전 불편한 차"
신차 수요 하이브리드로 몰려
3년새 판매비중 10%P 급증

지난해까지만 해도 급증하던 전기차 판매가 올 들어 주춤해진 가운데 국내에선 소비자들의 관심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집중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국내 하이브리드 신차 판매 증가율은 전기차의 3배 수준에 이르렀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하이브리드차에 신차 수요가 편중된 것은 한국에서만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났다.

1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판매) 대수는 18만1222대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9.4% 증가했다.

올 상반기 전기차는 7만8466대가 새로 등록돼 1년 새 13.7% 늘었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전기차도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같은 기간 가솔린차 판매 증가율도 13.6%로 집계돼 전기차와 0.1%포인트 차에 그쳤다. 친환경차 중에서 하이브리드차에 국내 신차 수요가 쏠리는 상황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동향과는 동떨어진 현상이다.

주요 자동차 시장별로 보면 한국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저조함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선 올해 상반기에 전기차가 지난해 상반기보다 62% 더 팔리면서 판매 대수를 기준으로도 하이브리드차 인기를 넘어섰다.

유럽에선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의 1.8배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판매 증가율은 전기차(45%)가 하이브리드차(27%)를 앞섰다.

전동화가 늦은 일본에선 하이브리드차 판매 대수가 전기차의 30배를 넘지만, 이런 일본에서조차 판매 증가율은 전기차(55%)가 하이브리드차(41%)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선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1년 새 6% 감소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와 전기차 판매가 각각 98%, 30% 늘었다. 정부 차원에서 친환경차 보급을 강조하고 있는 중국에선 내연기관 기반의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위축되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하이브리드차를 전기차의 대안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전기차와 비교했을 때 하이브리드차는 가격이 저렴하고 판매 모델이 다양하며 충전으로 인한 번거로움도 없기 때문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국내 충전 인프라스트럭처는 여느 나라보다 촘촘하게 구축됐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전기차는 충전이 불편한 차'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며 "반사 효과로 하이브리드차가 부각되면서 신차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급증한 또 다른 이유로는 완성차 제조사의 수익성 관리 전략도 언급된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는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는 현 상황에선 전기차를 많이 판매한다고 해서 이익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 완성차 기업이 수익성을 보전하기 위해선 하이브리드차 판매를 늘리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기아의 국내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0.6%에서 2020년 9.6%로 늘고, 올해는 19.8%(1~8월 집계 기준)까지 확대됐다.

하이브리드차는 일반 내연기관 모델에 비해 판매 가격이 20%가량 높은 반면, 완성차업계 간 경쟁은 전기차 시장에 비해 느슨하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 가운데 풀 하이브리드 기술을 갖춘 곳은 도요타, 혼다, 현대차, 기아, 포드 등 5개사 정도다. 독일 완성차 기업들은 디젤차에 집중하다가 전기차로 돌아섰다.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호황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미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연비 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한국도 이를 따라가고 있다. 기본적으로 내연기관차에 뿌리를 두고 있는 하이브리드차는 강화된 연비 규제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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