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前대법원장에 징역7년 구형
박병대·고영한 징역 5년·4년
檢 "법관들 특정목표 달성위해
조직적으로 수행한 직무범행"
梁 "용 그리려다 뱀도 못그려"
검찰이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으로 재판을 받아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전직 대법원장이 피고인으로 재판에 회부된 지 4년7개월 만, 재판 횟수로는 277회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사건 수사팀은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1부(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에게 이같이 구형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징역 5년, 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법부의 조직적 이해관계까지 고려된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면서 "그런데도 재판 독립을 파괴하고 특정 판결을 요구해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철저히 무시됐고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특히 "이 사건 범행은 개별 법관의 일탈이 아닌, 사법행정 담당 법관들이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업무 시스템에 따라 수행한 직무 범행"이라며 "단건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건들"이라고 짚었다. 또 "법관의 독립을 훼손한 피고인들이 이 같은 가치를 내세워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역설"이라며 "이 같은 법리는 입법·사법 권력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며, 다른 잣대를 들이민다면 이조차 사법부 자체가 스스로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러한 검찰의 구형에 "갸륵하게도 어떻게 하든지 대법원장을 엮어 넣으려는 검사의 굳은 의지가 잘 드러났다"면서 "검찰은 공소장으로 소설을 그렸고, 그 그림조차 용을 그리려다 뱀도 그리지 못했다"고 촌평했다. 그는 "법관을 천직으로 삼고 42년을 봉직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법정에 서 있는 저 자신을 바라보는 게 치욕스럽다"며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치 세력에 의한 사법부 검증은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처럼 노골적이고 대규모인 끔찍한 공격은 일찍이 없었다. 참 어안이 벙벙하고 비통하고 가슴 아프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공동피고인인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두 분은 법적 소양이 참으로 뛰어나고 주위 사람으로부터 크게 존경받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 모두에겐 죄가 될 게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임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반헌법적 구상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로 2019년 2월 11일 구속 기소됐다.
구체적으로는 각종 재판 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47개 범죄 사실로 기소됐다. 죄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비밀누설,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직무유기, 위계공무집행방해, 공전자기록위작 및 행사,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 손실 등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 재판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 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사건 등이다.
[전형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소시지나 끼워” 삼성에 눈살찌푸린 여성, 아이폰은 찬양 일색 - 매일경제
- 남편은 은퇴 자녀는 그냥 놀아…일터로 내몰리는 엄마들 - 매일경제
- “이 車 사면 삶이 다큐”…비·이혜영·초아·김성령 셀럽들도 반했다 [카슐랭] - 매일경제
- “사과 반성 마지막까지 기다렸지만”…‘미투’ 사진 올린 이다영, 왜? - 매일경제
- “은퇴 후 노느니”...직업훈련 받는 60대들 부쩍 늘어, 각자도생 - 매일경제
- “진짜 대단하네”…카이스트 99년생 신임 교수 화제 - 매일경제
- “아이 셋이 회를 좋아해”…초밥 1인분 주문하고 ‘별점 테러’ - 매일경제
- “수치스럽고 모욕적”…독립운동가 후손들, 육사 명예졸업증 반납 - 매일경제
- 아이유 안유진 장원영…요즘 아이돌 인기 척도라는 ‘이 광고’ - 매일경제
- 비판 여론 의식했나? 유럽에 남는다던 클린스만 감독, 14일 귀국…드디어 K리그 본다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