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오버와 과잉
모든 것이 넘친다. 없는 것도 있는 것도 너무 과하다. 극과 극이다.
당류를 없앤 '제로콜라'에 카페인까지 뺀 '제로제로 메뉴'가 나오더니, 이젠 달아서 몸서리가 쳐지는 탕후루가 유행이다. 찐득찐득하고 바삭바삭한 탕후루를 잘못 씹어 치과를 찾는 사람, 집에서 설탕을 끓여 자체 제작에 도전했다가 화상으로 병원을 찾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라면과 밀키트 업계는 '더, 더 매운맛 대결' 중이고, 카페 업계는 '더, 더 많은 카페인'을 외친다.
코로나 3년간 여행 못 간 귀신이라도 붙은 건지, 전 세계 유적지는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이다. 들뜬 여행객들이 현지인의 일상을 망치는 '과잉 관광(오버투어리즘)'이다. 그리스 아크로폴리스는 하루 입장객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고, 일본 후지산도 입산료 의무화를 검토 중이란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배경으로 유명한 오스트리아 할슈타트 주민들은 "관광객 때문에 못살겠다"고 시위까지 벌였다.
최근 감독당국이 제동을 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기사에는 '과잉 대출'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클릭 몇 번으로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목 잡혀 있는 배경에는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카르텔이 있다. 선량한 선생님들을 좌절하게 만든 주범은 문제 학생의 '과잉 행동'과 진상 학부모들의 '자의식 과잉'이었다.
대전 교사 가해 학부모의 사업장인 관평동 모 김밥집과 미용실 앞에는 국민들이 쏟아낸 분노와 성토가 가득하다. 대한민국 사법시스템상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들을 향한 '사적 보복의 영역'이란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처럼 '국민사형투표'를 한다면 찬성이 압도적일 것 같은 살벌한 분위기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0%가 '사적 제재'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이게 다 우리가 너무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기 때문이다. 냉랭한 무관심보다 뜨거운 관심이 훨씬 나을 것이다. 다만 순식간에 확 달아올랐다가, 금세 식어버리는 건 아쉽다. 우리 시대의 오버와 과잉을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데 썼으면 좋겠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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