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스코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왜 실패했나

이창섭 2023. 9.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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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개를 숙인 매니 마차도

[스포티비뉴스=이창섭 칼럼니스트]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팀 일정의 90% 이상을 소화했다. 아직 와일드카드 주인공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정규시즌은 약 2주만이 남았다. 포스트시즌이 확대되면서 원게임 플레이오프가 없어졌기 때문에 동률 팀이 나온다고 해도 정규시즌 경기가 더 추가될 일은 없다.

올해 정규시즌은 '돈이 배신한 시간'이다. 개막전 팀 연봉 1,2,3위 팀이 모두 추락했다. 1위 뉴욕 메츠는 개막전 팀 연봉이 무려 3억5355만 달러였다.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였다. 2위 뉴욕 양키스도 시즌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막전 팀 연봉 순위

1. 뉴욕 메츠 - 3억5355만6854달러

2. 뉴욕 양키스 - 2억7699만9872달러

3.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 2억4899만5932달러

4. 필라델피아 필리스 - 2억4300만9439달러

5. LA 다저스 - 2억2271만7834달러

28. 탬파베이 레이스 - 7318만4811달러

29. 볼티모어 오리올스 - 6072만2300달러

30.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 5689만5000달러

개막전 연봉 3위 팀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다. 1,2위 메츠와 양키스는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측면에서 돈을 많이 쓸 수도 있는 팀이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는 그동안 스몰마켓 이미지가 강했다. 돈을 펑펑 쓰기 시작한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이번 시즌이 매우 어색하게 다가왔다.

샌디에이고는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외부 영입에 그치지 않고, 내부 단속도 신경쓰면서 연장 계약 비용이 5억 달러가 넘었다. 총 지출액은 9억4000만 달러에 달했다.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샌디에이고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포스트시즌은 고사하고 5할 승률도 불투명하다. 현재 15경기를 남겨둔 시점에서 69승78패로, 5할 승률을 맞추려면 12승 이상을 올려야 한다. 당초 목표는 다저스였지만, 현재 승률은 피츠버그와 같다(0.469).

성적이 저조한 팀은 투타 불균형이 두드러진다. 득점에서 실점을 빼면 마이너스가 대다수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득실차가 +242인 반면, 메이저리그 최하위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득실차가 -184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비교하지 않아도 5할 승률이 안 되는 팀이 득실차에서 플러스가 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올해 샌디에이고는 이 상식을 벗어났다. 승률은 5할 미만이지만, 득실차는 +60이다. 5할 승률 미만 팀들 중 유일하게 득실차가 플러스인 팀이다. 그러다 보니 샌디에이고는 득실차를 기반으로 한 기대 성적에서 80승67패를 보이고 있다. 이 성적이라면 승률이 0.544다. 현재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1위 필라델피아의 승률이 0.541다.

▲ 사이영상 후보 블레이크 스넬

샌디에이고의 득실차 플러스는 마운드가 만들어냈다. 총 실점이 614점으로 리그에서 3번째로 적다. 샌디에이고의 팀 평균자책점 3.92는 리그 3위, 전체 6위에 해당한다. 특히 선발진은 7월까지 평균자책점 3.63으로 전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마운드가 견고한 샌디에이고의 과제는 단순했다. 타선이 충분히 점수를 뽑아주는 것이었다. 샌디에이고는 총 득점에서 674점을 기록했다. 전체 순위는 정확히 중간이었다. 전반적으로는 충분한 점수를 지원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샌디에이고는 충분한 점수에 앞서 필요한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타격은 시즌 내내 폭발할 수 없다(애틀랜타 예외). 그래서 타격감이 가라앉았을 때도 다른 방식으로 점수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득점 제조라고 표현한다.

샌디에이고는 이러한 공격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타선이 터지면 불타올랐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 그대로 침묵했다. 경기마다 온도 차이가 굉장히 심했다. 두 자릿수 득점 15경기는 전체 8번째로 많았지만, 1득점 이하 경기도 28경기로 전체 4번째로 많았다.

득점 편차가 심한 이유는 득점권 성적에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득점권 성적은 올해 샌디에이고의 풀리지 않는 고민이었다. 뛰어난 선구안을 바탕으로 출루는 열심히 했지만, 주자들이 득점권만 나가면 타자들이 움츠러들었다. 5월까지 득점권 타율이 0.192였다. 시즌 중반에 접어들수록 득점권 성적은 회복됐지만, 타선이 나아지자 마운드에서 부상 공백이 생겼다. 투타 엇박자가 심해지면서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 영입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샌디에이고 월별 득점권 타율 (순위)

4월 - 0.208 (28위)

5월 - 0.175 (30위)

6월 - 0.236 (22위)

7월 - 0.282 (7위)

8월 - 0.260 (12위)

9월 - 0.294 (12위)

클러치에서 샌디에이고의 약점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Late & Close는 7회 이후 동점 혹은 한 점차 또는 동점 주자가 루상에 있을 때 상황을 의미한다. 경기 승부처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 부문에서 샌디에이고는 팀 타율이 0.195에 불과했다. 29위 오클랜드(0.207)보다 떨어지는 메이저리그 최하위였다.

샌디에이고 타선의 침체는 당황스럽다. 개막을 앞두고 타선에 많은 공을 들였다. 잰더 보가츠를 데려온 건 수비에서의 손실까지 감수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도 남은 징계를 소화하고 복귀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작년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밥 멜빈 감독은 지난해 다저스의 트리오(무키 베츠 & 트레이 터너 & 프레디 프리먼)를 의식해 자신들의 핵심 선수 네 명을 빅4(타티스 & 소토 & 마차도 & 보가츠)라고 불렀다. 그러나 믿었던 빅4가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온 트리뷴' 역시 최근 샌디에이고의 가장 큰 실패는 빅4라고 보도했다(the big failure is the Big Four). 빅4는 MVP 경쟁에 나선 다저스의 베츠, 프리먼과 비교하면 더 아쉬웠다.

샌디에이고 빅4 성적

타티스 [타율] 0.261 24홈런 [ops] 0.784

소 토 [타율] 0.262 30홈런 [ops] 0.894

마차도 [타율] 0.252 28홈런 [ops] 0.773

보가츠 [타율] 0.272 18홈런 [ops] 0.764

▲ 잰더 보가츠

가장 아픈 손가락은 보가츠다. 성적은 준수하지만, 해줘야 할 때 못해줬다. 보가츠의 득점권 성적은 0.183에 그쳤다. 2사 후 득점권 타율은 0.177, Late & Close에서의 타율도 0.217였다. 또한 보가츠는 그라운드 병살타가 21개로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9월 들어 11경기 타율은 0.439인데, 이미 버스가 떠났는데 전력 질주를 하는 모양새다.

선수 책임이 크지만, 선수 책임만 있는 건 아니다. 멜빈 감독의 선수 기용도 적합하지 않았다. 공격성이 짙은 타티스가 2번, 선구안이 좋은 소토는 3번, 득점권에서 헤매는 보가츠를 4번과 5번에 고집하는 건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변화를 주면서 추가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별다른 시도조차 하지 않은 건 의아한 부분이었다. 참고로 멜빈 감독은 마무리 조시 헤이더의 지나친 관리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올해 샌디에이고는 운이 따르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운이 없었다는 말만 되풀이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불운을 행운으로 바꿀 수 있는 시점도 분명 있었다. 그 터닝 포인트를 놓치면서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졌다. 모두의 책임이 불가피한 실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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