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 폭락에…ELS 대규모 손실 초읽기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3. 9.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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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조원 규모 녹인 구간 진입
내년 상반기에만 6조 몰려
금감원, 리스크 점검 돌입

2021년 초 홍콩 H지수는 1만2000을 넘나들었다. 이때 중위험·중수익 주가연계증권(ELS)이 적지 않게 팔렸다. H지수가 55% 이상 떨어져야 손실이 나는데,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과거 10년간 지수는 7500 이상을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10월 H지수는 4919.03까지 폭락했다. ELS 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15일 손실이 발생한 ELS 투자금 규모가 7조원에 달하고, 주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라며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6조원이 내년 상반기에 몰려 있어 현실화할 경우 작지 않은 파장이 일 전망이다.

ELS 상품은 중위험·중금리를 추구하는 상품이다. 시장에 큰 충격이 오지 않는 한 예금보다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다. '설마 시장 전체에 쇼크가 오겠어' 하는 판단에 가입한다. 특히 저금리 때 투자 상품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주로 중국 본토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홍콩 H지수 하락은 예상 범위를 벗어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96조3000억원에 달하는 파생결합증권 가운데 7.3%에 해당하는 7조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녹인)했다. 작년 말보다는 대략 3000억원이 줄었지만, 당장 내년 상반기부터 대규모 손실이 예상돼 금융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체 파생결합증권 잔액의 7.3%는 상당한 수준이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증권신고서를 기준으로 설명을 찾아보면 과거 지수 흐름이 나오는데 이를 보면 55%의 하락 확률은 대략 2% 정도로 추정돼 있다"며 "과거 기록만을 참고했을 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이 벌어질 확률을 아무리 높아도 5% 아래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실 확률을 5% 아래로 생각했는데 그 일이 실제 벌어진 것이기 때문에 꽤 합리적인 투자자라 하더라도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손실이 커질 경우 향후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 의사결정 책임은 투자자에게 있지만, 일부 금융사에서 상품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증권회사 파생결합증권 운용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대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에 따라 ELS 마진콜에 대비한 외화 유동성 관리의 중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ELS 자체 헤지 규모는 2021년 6월 말 36조6000억원, 2022년 6월 말 42조8000억원, 2023년 6월 말 43조4000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손실과는 별도로 수익을 낸 경우 수익률은 올 상반기에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ELS·DLS 투자수익률은 각각 연 6.4%, 2.9%로 전년보다 3.5%포인트, 2.2%포인트 높아졌다. ELS 기초자산을 보면 S&P500이 36조원으로 가장 많고 이어 유로스톡스50 32조8000억원, 홍콩 H지수 20조5000억원, 코스피200 20조3000억원 등이다. 파생결합증권 발행사들도 돈을 벌었다. 올 상반기 증권사의 파생결합증권 발행·운용 손익은 3733억원으로 전년 동기(862억원) 대비 4595억원 늘었다. 주로 금리 하락 등으로 헤지 자산인 채권 등에서 운용 이익(5조1000억원)이 발생한 것에서 기인한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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