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광주 광산구 ‘직장 괴롭힘’ 논란…“구청장이 표적감사 주도”
시설관리공단 직원 징계 반복…당사자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
광산구 “시설관리공단, 부조리 만연…자정 능력 상실 상태”
(시사저널=조현중 호남본부 기자)
광주 광산구 산하 공기업에서 벌어진 직장 내 괴롭힘 의혹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산구 시설관리공단이 경찰과 지방·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달아 무혐의와 구제 판정을 받은 특정 직원들에 대한 감사와 징계를 반복하면서다. 공단 내 MZ노조는 박병규 광산구청장이 표적 감사를 주도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 중단을 박 구청장에게 요구하고 나섰다.
15일 광주 광산구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광산구는 지난해 종합감사 종료 3개월 만에 산하 시설관리공단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여 A 본부장과 B 팀장에게 각각 5개월과 2개월 정직의 중징계를 공단에 요구했다.
A 본부장 등은 광산구 감사관실이 특정감사를 통해 제기한 불공정 채용 의혹의 책임자로 지목돼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은 관련 경찰 수사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또 징계 처분 과정에서는 실질적인 소명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며 부당징계 구제를 신청했고, 지방·중앙 노동위원회에서 잇달아 구제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또 다른 문책이었다. 복직 후 A 본부장은 정직 기간에 공단이 대체자를 그 자리에 임명하면서 직책을 강등당했다. B 팀장은 별건의 추가 감사와 인사위원회를 거쳐 심의자료 허위 작성 등을 이유로 또다시 파면됐다.
이에 공단 내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박병규 광산구청장에게 '직장 내 괴롭힘' 중단을 요구했다.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14일 결의문을 통해 "광산구청은 작년 새로운 청장이 취임한 이후 산하기관 특정 직원을 길들일 목적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표적 감사를 실시했다"며 "협의회 설립 이후 직접 현장에서 부조리에 맞설 첫 번째 사업장으로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새로고침은 광산구 시설관리공단 소속 B 팀장에 대한 반복적인 징계 처분을 문제 삼았다. 광산구는 지난해 종합감사 종료 3개월 만에 시설관리공단 특정감사를 벌여 B 팀장의 인사 처분을 공단에 요구했다.
특정감사 배경을 두고 사적 대화 녹취록이 언론사에 유출됐는데, B 팀장은 유출 책임자로 지목돼 정직 2개월의 중징계에 처했다. 이후 B 팀장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징계 구제 판정을 받았지만, 또다시 심의자료 허위 작성 등을 이유로 파면됐다.
지방노동위원회는 B 팀장의 파면 처분 또한 부당하다고 판단했는데도, 광산구와 공단은 판정에 불복해 B 팀장 복귀 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반복적인 징계를 받는 과정에서 우울증을 앓게 된 B 팀장은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고, 경찰에 구조돼 현재 정신병원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새로고침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며 "이는 한 가정의 평화와 생존을 파괴하는 행위"라고 광산구와 공단의 처분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속히 개입해 관련자 문책 등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MZ 노조는 잇단 징계조치를 광산구청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고침 관계자는 "광산구청장이 주도한 이번 행위는 아주 심각한 수준의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공식적인 입장 발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새로고침이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한 박 청장은 기아차 광주공장 노조위원장 등을 지낸 노동운동가 출신이다.
기존 양대 노총과 차별화를 선언한 새로고침은 MZ노조라는 별칭으로 올해 2월 출범했다. 광산구 시설관리공단 복수 노조 가운데 환경직·공무직·일반직으로 구성된 통합노조는 새로고침에 가입했다.
광산구는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새로고침 결의문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없이 "시설관리공단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광산구는 새로고침이 지적한 B 팀장이 아닌 다른 팀장 사례를 언급하며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의자를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팀장에서 본부장으로 승진시켜 준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음주운전 행위가 적발된 특정인의 정보를 고의로 누락하는 등 공단에 만연한 부조리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특정감사 착수 당시 광산구 담당자는 "지난 종합감사는 기간과 전문 인력이 충분하지 못했다"며 "특정감사에선 문제점을 도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운영 환경을 위한 방안까지 제시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시설관리공단은 광산구 산하 공기업으로 폐기물 수집과 운반, 공영주차장 운영, 체육시설 관리 등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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