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양승태 징역 7년 구형…12월22일 1심 선고(종합2보)
박병대 징역5년·고영한 징역4년 구형…'사법농단' 4년7개월만
(서울=뉴스1) 황두현 정윤미 구진욱 기자 =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양승태(75·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구형했다. 1심 판결은 12월22일 선고된다. 기소 후 4년10개월여만이다.
검찰은 이날 "사법부가 법적 책임을 져야만 사법부에 대한 실망과 실추를 다시 정상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엄벌을 촉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험한 공격"이라며 자신을 기소한 검찰과 당시 집권세력이던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심리로 이날 열린 양 전 대법원장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쳥했다.
직권남용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고영한(68·11기)·박병대(65·12기)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5년과 4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 검찰 "법관 독립성 해친 초유의 사건"
검찰은 "본건은 사법행정권자인 피고인들이 재판에 개입해 법관의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한 초유의 사건"이라며 "법관 독립이라는 헌법 가치가 무시됐고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내세운 사법정책적 동기는 재판 활용과 결부돼 조직을 위한 사적 이익 추구로 변질됐고 재판은 조직 사법부 이기주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면서 "법관 독립을 중대하게 훼손한 피고인들이 법관 독립의 가치를 내세워 무죄를 주장하는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검찰과 경찰의 수사, 감사원 감사, 공정위 심의 등 부당한 외압에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한 법원이 독립성과 공정성 신뢰확보가 생명인 법관에 대한 외압에 대해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선언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며 중형 구형을 촉구했다.
사법농단을 개인 일탈이 아닌 '조직적 범행'으로 규정한 검찰은 이날 "사법 행정을 담당하는 법관들이 업적이라 불릴만한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조직적으로 통상의 업무시스템에 따라 수행한 직무의 범행"이라며 "단건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뤄진 일련의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진 강제징용 손배소 사건을 두고는 "사법부 수뇌부가 상고법원 도입 등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의 협조를 얻어낸 후 원고들을 배제한 채 재상고 사건 재판에 개입한 것"이라며 "일방적인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사법부-행정부 간 유착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고법원인 대법원이 심판자 역할을 포기하고 전범기업 대리인 역할을 자처했다"며 이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 양승태 "소설 같은 공소사실…사법부 지키는 기념비적 재판돼야"
양 전 대법원장 등 피고인들은 "소설 같은 공소사실"이라며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최후변론에서 "이 사건 배경은 사법부에 대한 정치세력의 음험한 공격"이라며 "검찰이 수사란 명목으로 첨병 역할을 했다"고 작심한 듯 비판했다.
그는 문 전 대통령이 2018년 9월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으로 사법부 신뢰가 뿌리째 흔들렸다"고 한 발언을 언급하며 "대통령이 전례 없이 기념식에 참석해 집권 정치세력이 갖고 있던 생각을 드러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에 부응해 70~80명의 검사를 동원해 사법부에 대한 대대적 수사에 나섰고 제가 대법원장 취임한 날부터 퇴임할 때까지 법원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다"면서 "먼지털이식 행태의 전형으로 불법적 수사권 남용"이라고 소리 높였다.
또 "억지와 추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300쪽이 넘는 공소장은 수사권 남용의 열매이자 공소장 일본주의의 교육 재료"라며 "허구에 가득 찬 공소장"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정치세력과 검찰권력의 공격으로부터 사법부 지키는 기념비적인 재판으로 기억된다면 지난 5년의 고난을 외려 영광으로 알겠다"고 호소했다.
양 전 대법관 변호인은 "대법원장은 극히 일부 외에는 사법행정 권한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실국장에게 위임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행정처 검토가 없었던 새로운 정책·업무 지시가 없었고 행정 처리 과정에 대법원장 결재가 없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법관 측은 "공소사실은 황당할 뿐만 아니라 법관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오해와 비뚤어진 시각이 곳곳에 있다"며 "검찰은 통상적 사법행정을 적폐로 단정하고 수사했으나 별것이 나오지 않자 심의관 보고서를 통해 직권남용으로 기소한 게 이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 12월, 4년10개월만 1심 선고…재판부 "방대한 기록 고려"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서 오전 재판을 마치고 '검찰의 구형과 재판 개입 등 사법행정 권한 남용 등에 대한 판단에 어떻게 생각하시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며 자리를 떠났다.
2019년 2월 기소 후 같은해 3월 준비절차를 시작한 사법농단 재판은 이날 열린 277차례 공판을 끝으로 모든 재판 일정을 마쳤다.
통상 판결은 검찰 구형 후 1~2달 뒤에 이뤄지지만 재판부는 지난 4년간 방대한 심리 기록을 고려해 오는 12월22일 선고한다고 밝혔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대법원장을 지내며 사법행정권을 남용한 혐의로 2019년 2월11일 구속 기소됐다. 고 전 대법관과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을 강화하고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각종 재판에 개입하고 대내외적으로 비판 세력을 탄압했으며 부당한 방법으로 조직을 보호한 혐의를 받는다.
의혹 정점으로 지목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체적인 범죄사실만 47개에 이른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직무 유기, 위계 공무 집행방해 등의 혐의다.
박 전 대법관은 재판 개입과 헌재 내부기밀 불법수집, 사법부 블랙리스트, 비자금 조성 등 33개 혐의로, 고 전 대법관은 사법부 블랙리스트와 영장재판 개입, 판사 비위 은폐 등 18개 혐의가 적용됐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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