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김정은, 최신 전투기 공장 시찰···공군력 강화 ‘군사 협력’ 주목
러시아를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5일 최신 전투기 생산 공장을 시찰했다. 절대적으로 낙후된 공군력을 개선하기 위해 러시아와 군사 기술 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8시50분(현지시간) 전용열차로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에 도착해 차를 타고 ‘유리 가가린’ 공장을 방문했다. 유리 가가린 공장에서는 러시아 첨단 전투기와 항공기가 생산된다.
김 위원장은 공장 내 수호이(Su)-35와 Su-37 전투기, 슈퍼젯(SJ)-100 항공기 조립 공정을 살펴봤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전투기 조종석 옆에서 러시아 측 관계자의 설명을 들었다. 김 위원장은 또 Su-35 전투기 시험 비행을 참관했다.
김 위원장의 공장 방문에는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부총리 겸 산업통상부 장관 등이 동행했다. 북한 측에서는 군부 서열 1위인 리병철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당 군정지도부장, 최선희 외무상 등의 모습이 포착됐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지난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이틀 만이다. 회담이 열린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로부터 전용열차를 타고 약 1170㎞를 이동해왔다. 우주기지에서 위성 등 우주발사체 기술을 살펴본 데 이어 첨단 전투기 기술을 둘러보며 러시아와 군사 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의도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북한 움직임에 호응했다. 만투로프 부총리는 “북한 지도자에게 우리의 선도적인 비행기 생산 시설 중 하나를 보여줬다”며 “우리는 비행기 제작과 다른 산업들에서 협력 잠재력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양국이 기술적 주권을 위한 과제를 달성하는 데 특히 유의미하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북·러 정상회담 결과와 관련해 이날 취재진에게 “군사기술 협력은 아주 민감한 협력 범주에 속한다”며 “북한은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는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전투기 기술 지원은 북한에 중요한 군사적 과제로 분석된다. 북한 공군은 절대적으로 낙후됐으며 육·해군에 비해 취약하기 때문이다. 남한 국방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북한 공군은 병력(11만여명)과 전투임무기(810여대), 공중기동기(350여대) 규모는 남한보다 크지만 질적 수준은 크게 떨어진다.
북한 전투기의 대다수는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미그-15, 미그-17과 1953년 초도비행한 미그-19, 1959년부터 생산된 미그-21, 1967년 첫 비행한 미그-23 등으로 구성돼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등으로 전투기 연료가 부족해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그간 한·미의 군사적 움직임에 비례적 대응을 시사해온 터라 한·미 공중전력 전개에 맞서기 위한 공군력 강화가 필요하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한·미 대규모 공중연합훈련(비질런트 스톰)에 대응해 각종 전투기 500대를 동원한 ‘총전투 출동 작전’을 진행했다고 과시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같은 달 항공절 기념행사에서 “2022년은 공군 승리의 해”라고 말했다.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날 전투기 공장 시찰을 마치고 오후 2시34분쯤 콤소몰스크나아무레시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전용열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1150㎞ 떨어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해 다음 날 태평양함대 사령부, 극동연방대학 등을 둘러볼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태평양함대 사령부 방문은 향후 북·러 해상군사훈련 시행과 핵 추진 잠수함 기술 지원 등을 염두에 둔 행보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방러 직전 첫 전술핵잠수함을 진수하고 해군사령부를 방문하는 등 해군 핵무장을 강조해왔다. 지난 7월 방북했던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 위원장과 만날 예정이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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