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 사제의 ‘손가락 하트’…장한나와 마이스키, 11년 만의 한국 무대

허진무 기자 2023. 9. 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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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전주·19일 대전·23~24일 서울 공연
“지휘자 전향한 한나의 결정 지지하고 존중”
첼로 사제지간인 지휘자 장한나(왼쪽)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손가락 하트’를 내밀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젊은 지휘자 장한나(41)와 백발의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75)가 나란히 서서 ‘손가락 하트’를 기자들 앞에 내밀었다. 첼로 사제지간인 두 사람은 오는 17일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9일 대전 예술의전당, 21일 경주 예술의전당, 23~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다. 해외에선 수차례 호흡을 맞췄지만 한국 공연은 11년 만이다.

장한나와 마이스키는 투어를 앞두고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번 투어에선 장한나가 디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마이스키가 첼로로 협연한다.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17·21·24일)과 베토벤 교향곡 5번(19·23일)을 준비했다.

장한나는 “음악이 무엇인지 눈을 열어주신 선생님 ‘미샤 마이스키’, 연주자로서의 삶을 시작한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연주했던 ‘드보르자크’, 아주 강렬한 지휘자가 되고 싶다는 불을 지켜준 작곡가 ‘베토벤’까지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훌륭한 분들이 이번 투어에 모두 모였다”고 소개했다.

마이스키는 “한국에 올 때마다 특별한 기분을 느끼지만 이번이 더 특별한 이유는 저의 유일무이한 제자인 한나와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한나와 마이스키의 인연은 1992년 시작됐다. 마이스키가 공연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당시 10세이던 장한나의 첼로 연주 영상을 받아보고 자신의 수업에 초청하는 편지를 보냈다. 마이스키를 사사한 장한나는 11세에 미국 줄리아드 음악원에 특별 장학생으로 입학했고, 12세에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하며 ‘천재 첼리스트’로 불렸다. 하지만 2007년 25세에 돌연 지휘자로 전향했다.

마이스키는 “복잡한 심경이지만 (지휘자로 전향한) 한나의 결정을 존중하고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했다. “한나가 훌륭한 지휘자가 되기 위해 첼리스트로서의 커리어를 다소 희생해야 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한나의 결정을 이해하고 지휘에 전념하고자 하는 완벽주의에 대해서도 존중해요. 제가 첼리스트 장한나를 처음 봤을 때와 마찬가지로 지휘자 장한나도 아주 강렬한 인상을 줬어요. 관객의 눈과 귀만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건드리는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

장한나는 “11년 전 무대를 보신 관객들이 있으시다면 새로운 콜라보(협업)를 보실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스키 선생님은 추구하는 개성이 뚜렷하고 그 안에서 많은 자유로움을 누리시죠. 저도 연륜이 쌓인 지금은 더 자유를 만끽할 수 있어요. 음악 안에서 나를 찾고, 내 안에서 음악을 찾는 것은 끝없는 여정 같아요. 음악에 늘 충실한 자세로 임하고 싶습니다.”

첼로 사제지간인 지휘자 장한나(왼쪽)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가 15일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마이스키가 협연하는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은 ‘첼로 협주곡의 황제’라고 불린다. 슬라브 문화의 정열과 아메리카 민요의 서정미가 조화된 걸작이다. 마이스키는 “대중에 널리 알려진 곡이지만 연주자 입장에선 굉장한 도전”이라며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음악을 최대한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이 가진 예술성을 최대 경지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장한나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오케스트라에 첼로 하나로 맞서는 무게감을 감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휘자나 오케스트라에게도 쉽지 않은 곡이죠. 디토 오케스트라에 대해선 백지 상태였는데 리허설을 해보니까 오, 아주 뜨거워요. 서로의 음악을 알아가며 즐기고 있어요.”

마이스키는 “한나가 바쁘긴 하지만 다시 첼로를 잡는다면 ‘슈베르트 현악 오중주’를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한나는 “기회가 된다면 선생과 함께 연주하고 싶다”고 화답하면서도 시점을 정하진 않았다. 지휘자 장한나가 첼리스트로 다시 무대에 서는 날은 올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장한나가 난감하게 웃었지만 그의 말에는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제게 첼로가 취미라면 언제든지 선뜻 나서겠지만 청중들이나 다른 연주자들이 기대하는 연주 이전에 스스로 원하는 연주가 있어요. 제가 기억하는 연주 이상의, 현재 추구하는 음악에 맞는 연주가 나오면 제가 먼저 전화드리겠습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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