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같이 죽겠다고 하는 우리 아이들 어떡하나요?”

이지현 2023. 9. 15.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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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 청소년 관련 예산 先 삭감 後 통보
관련 정부기관 단체 논의 無 인건비 중단 타격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매일같이 죽겠다고 하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하라고 예산을 삭감한 걸까요?”

여성가족부가 청소년활동 지원 예산을 내년에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히자 현장 관계자들은 이같이 답답함을 털어놨다. 현장에서 위기 청소년들을 만나 온 활동가들 대부분이 정부 보조금으로 인건비를 충당하는 실정인데, 예산이 줄거나 사라지면서 이들은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고 위기 청소년들은 공적서비스를 못 받을 위기에 처했다. 사전 논의 없이 예산부터 줄여 놓고 통보하는 상황에 그동안 여가부와 협업해온 교육부와 경찰청, 지방자치단체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형편 어려운 청소년 공적서비스 올스톱 위기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내년도 여가부 예산은 올해보다 9.4% 늘어난 1조7000억원이 편성됐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전체 예산 가운데 69.8%인 1조1969억원이 가족 정책 예산으로 편성됐다. 이 외에도 △양성평등 정책(양성평등, 권익보호) 2407억원(14%) △청소년 정책 2352억원(13.7%), 행정지원 424억원(2.5%) 순으로 예산이 편성됐다. 올해와 비교해 가족 정책 분야 예산은 16.6%(1707억원)나 올랐지만, 양성평등 정책 예산은 2.5%(61억 9600만원), 청소년 정책 예산은 6.9%(173억원) 줄었다.

청소년 국제교류 지원 예산은 127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새만금 세계잼버리 파행 논란 후 관련 예산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올해 기준 725억9600만원이 편성됐던 청소년 사회안전망 구축 사업 예산은 720억7300만원으로 5억2300만원 줄었다. 하지만 은둔고립청소년 원스톱 패키지 지원 예산이 신규로 10억원 정도 추가되는 등 일부 사업 예산 증감을 감안하면 40억9000만원 정도 줄었다.

특히 청소년상담 1388, 내일이룸학교,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운영 등으로 구성된 사업은 축소 위기다. 학교밖청소년들에게 직업훈련을 제공하는 내일이룸학교예산은 예산은 올해 31억원이지만, 내년에는 아예 책정하지 않았다. 117학교폭력신고센터와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 학교폭력 상담 전담인력을 배치했던 학교폭력예방 프로그램도 올해 23억원이었던 예산을 내년엔 한 푼도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예산의 집행 부진과 성과 미흡, 사업의 유사·중복성을 고려해 내일이룸학교,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 등 일부 사업을 종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는 다르다. 사업이 중복되지 않고 진행 중임에도 여가부가 대책 없이 일방적으로 예산부터 줄였다는 것이다. 이미원 한국청소년상담복지센터협의회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전연령대 상담을 다 하다 보니 청소년은 손도 못 대는 경향이 있어 청소년 상담치료를 우리가 전담하는 구조가 됐다”며 “제도 시행 2년이 지나며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공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에 예산 축소로 위기의 아이들을 전담해야 할 선생님들도 버티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답답해했다.

선 삭감 후 통보 이상한 일처리…관계부처도 ‘당혹’

청소년 정책참여지원 사업 예산은 26억3000만원, 청소년 활동지원사업 지원 예산은 37억6000만원 등 총 63억9000만원이 전액 삭감됐다. 촛불집회에 중고생 동아리 등이 참여한 사실이 알려지며 관련 예산이 사라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여가부는 △청소년 노동권 보호 지원사업 12억7000만원 삭감 △청소년 방과후 활동지원 2억8000만원 삭감 △청소년 성인권 교육사업 5억6200만원 전액삭감 등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 그동안 여가부와 함께 사업을 진행해온 정부부처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된 건 이달 1일이지만 여가부는 교육부, 경찰청 및 지방자치단체에 지난 11일 공문을 보내 사업 종료 결정을 뒤늦게 알렸기 때문이다. 117학교폭력 신고센터 사업을 2012년부터 여가부, 경찰청과 공동으로 이끌어 온 교육부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통보받은 상황”이라며 “무책임 하다”라고 말했다.

사업 종료 공문을 받은 지자체도 당황스러운 상황에 문의 전화를 여가부로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소년사업 대부분 국비와 도입을 매칭하는 사업인데 너무 일방적인 통보에 우리 도비도 지원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대부분이 청소년 활동가 인건비라 타격이 크다는 입장이다. 허신도 한국청소년활동진흥센터협회장은 “국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도비도 확보되지 않는 도미노상황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돈이 없으면 결국 청소년 사업도 할 수 없다. 국가지원 사업은 올스톱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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