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혈관 또 막힐라…추석연휴 부모님 '콜레스테롤 수치' 확인하세요
매년 9월 29일은 세계심장연맹(WHF)이 제정한 '세계 심장의 날'이다. 심근경색을 포함한 심장질환은 국내 사망원인 2위다. 나이가 들수록 사망 위험이 커져 50대 10만 명당 23.5명에서 60대 51명, 70대 171.4명으로 사망률이 가파르게 증가한다. 공교롭게도 올해 심장의 날은 추석 당일이다. 오랜만에 뵌 부모님에게 콜레스테롤 수치를 비롯해, 혈압, 혈당, 흡연 등 심장 질환을 유발할 만한 위험인자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흔히 사람의 생명을 그림으로 표현할 때 심장 모양의 '하트(♡)'를 쓴다. 그만큼 심장처럼 생명과 직접 맞닿아 있는 장기도 없다. 특히, 심장질환 중 돌연사의 주요 원인인 '심근경색'은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갑작스럽게 막히는 병으로 초기 사망률이 약 30%에 달할 만큼 치명적이다. 치료 후 건강을 회복했더라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심근경색 발생 후 첫 1년은 재발위험이 매우 높은 시기다. 약 7~10%가 1년 이내 심근경색이 재발하는데, 이때 사망률이 첫 발생 시 사망률(30%)의 2~3배인 68~85%로 급증한다. 심근경색 경험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재발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의 정기적인 검진과 아울러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며 혈관을 막는 'LDL콜레스테롤'의 꾸준한 관리를 강조한다. 실제 심혈관질환 위험도에 따라 권고되는 LDL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가 다르다.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 질환을 경험한 환자는 일반인보다 더욱 엄격한 LDL 콜레스테롤 기준이 적용된다. 보통 LDL콜레스테롤의 정상 수치는 130㎎/㎗ 미만이지만 미국, 유럽의 주요 학회를 포함해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최근 심근경색과 같은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초고위험군'으로 보고 목표 수치를 55㎎/㎗ 미만, 원래 LDL콜레스테롤 수치(기저치)의 50% 이상 감소시키도록 권고했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떨어트리는 가장 유명한 약은 스타틴이다.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HMG-CoA 환원효소를 억제해 간에서 콜레스테롤 생산량을 줄인다. 문제는 이런 스타틴을 최대 용량으로 써도 혈중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가 5명 중 1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스웨덴에서 심근경색 환자 2만5466명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지질 강하 치료를 받은 환자의 82.9%가 치료 목표(LDL 콜레스테롤 55㎎/㎗ 미만, 기저치 대비 50% 이상 감소)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대부분(85%)이 고강도 스타틴 치료를 받았다.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환자군은 도달한 환자군에 비해 심근경색 발생 당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았고, PCI(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나 CABG(관상동맥우회술) 등의 혈관 재관류 시술을 이미 경험한 환자가 많았다.
기존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병용요법'이 의학계의 주목을 받는 배경이다. 각각 다른 방식(기전)으로 콜레스테롤을 떨어트리는 약을 2~3개 섞어 효과를 강화하는 방식이다. 학계가 권고하는 병용요법 치료제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PCSK9 억제제 등 세 가지다. 에제티미브는 장 세포에서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NPC1L1을 차단, 장으로 분비된 LDL 콜레스테롤이 소장 세포로 재흡수 되는 것을 막는다. PCSK9 억제제는 세포막의 LDL 수용체를 감소시키는 단백질인 PCSK9을 차단하는데 이러면 세포막의 LDL 수용체가 증가하고, 혈중 LDL 콜레스테롤은 감소한다.
울산대병원 심장내과 박상우 교수는 "심근경색을 경험한 환자는 첫 1년간 재발 및 사망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기저치 대비 50% 이상 그리고 55㎎/㎗ 미만으로 신속히 낮춰야 한다"라며 "심근경색과 같은 초고위험 환자에서 만약 최대 내약 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병용요법에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치료 목표에 도달하지 않을 경우, 에볼로쿠맙 등 PCSK9 억제제의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PCSK9 억제제 등 병용요법으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면 낮출수록 관상동맥질환의 재발 위험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LDL 콜레스테롤이 39㎎/㎗ 감소할 때마다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20%, 심혈관 사건 발생은 23%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과 병용 시 위약군 대비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46~73%가량 빠르게 낮춰, 주요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PCSK9 억제제 중 에볼로쿠맙으로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20㎎/㎗ 미만으로 낮춘 환자는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41% 감소했다. 최대 8.4년 이상 환자를 장기 추적한 연구 결과 안전하게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가이드라인에서 관상동맥질환 등 죽상 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가 최대용량의 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사용해도 목표 LDL 콜레스테롤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 PCSK9 억제제를 추가하도록 권고한다. 박상우 교수는 "LDL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 생활 습관 관리뿐만 아니라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 및 필요시 적절한 약물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면서 "LDL 콜레스테롤에 대한 약물 치료 방법은 심혈관질환 위험도 및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에 따라 먹는 약뿐만 아니라 효과가 더욱 강력한 피하 주사제 (2~4주에 1번 주사) 등 다양하다. 심근경색을 한번 경험한 부모를 둔 자녀라면, 부모의 LDL 콜레스테롤'이 55㎎/㎗ 미만으로 잘 관리되는지 꼭 확인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의료진과 상담을 진행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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