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조작 수사 요청에 통계청 ‘부글부글’…“정치 싸움판에 말단직원 희생”

반기웅 기자 2023. 9. 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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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달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제3별관에서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수사요청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가 소득·고용 국가통계를 당시 경제 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를 부풀리기 위해 왜곡해 발표했다고 결론내렸다. 당시 청와대(대통령실)윗선에서 압력을 넣어 이른바 ‘통계 마사지’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통계청 실무진도 부풀리기 작업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감사원 발표 이후 통계청 내부 여론도 동요하고 있다.상부 지시에 따라 통계를 작성한 말단 직원들이 정치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나아가 당시 정황을 감안하면 감사원이 통계 조작으로 제시한 사례들을 실제 ‘조작’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박도 나온다.

15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를 통해 통계청이 가계소득이 감소로 돌아서자, 소득·분배 지표에 손을 댔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2017년 7월 2분기 가계동향조사 공표를 준비하면서 가계소득이 감소 전환되자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취업자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소득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017년 6월 가계 소득은 434만7000원으로 전년동기(430만6000원)보다 많아졌다.

통계청공무원노동조합은 감사원 발표에 반발했다. 감사원이 ‘통계 조작’으로 결론을 내려 놓고 표적 감사를 벌였다는 것이다.

우선 통계청 노조는감사원이 조작으로 지목한 ‘소득 통계’에 대해서는 당시 실무진이 처한 현실적인 상황을 봐야한다고 했다. 당초 가계동향조사는 소득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2017년 폐지할 예정이었으나 논란 끝에 소득과 지출을 분리한 결과를 발표했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폐지를 예정하고 표본 수가 줄어든 환경에서 통계를 내다보니 아무래도 사후보정을 거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조작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감사원 칼끝이 실무자에게 몰렸다는 점도 통계청 내부의 반발을 키웠다. 이날 통계청 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수사 요청 대상자들은 당시 4급, 5급 이하 직원으로 통계 작성 실무 과정에서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순 있지만 만약 그렇더라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집행한 미관말직의 직원들이 무슨 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통계청 직원들을 더 이상 정치 싸움판의 희생자로 만들지 말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소득분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소득5분위 배율도 조작됐다고 판단했다. 소득5분위 배율 악화가 예상되자 이를 낮추려고 10가지 이상의 조정 시나리오를 만들어 계산했고, 그럼에도 여의치 않자 2017년 2분기부터 적용해온 취업자 가중값을 다시 빼고 계산해 배율을 낮췄다는 것이다.

소득5분위배율은 소득 상위 20% 집단의 평균소득을 소득 하위 20% 집단의 평균소득으로 나눈 배율로 5분위 배율이 낮을수록 분배 상황이 좋다는 의미다. 이 밖에도 감사원은 대통령실이 통계공표 전에 공표자료를 사전보고 받고 수정토록 압력을 가하고 보도자료 작성에도 개입했다고 밝혔다.

한편 통계청은 이날 감사원 중간 발표에 대한 입장문에서 “감사 중간 결과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국가통계 작성·공표 과정에서 중립성과 투명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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