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과기부의 '젊은 과학자' 달래기, 효과 있을까?

최상국 2023. 9. 15.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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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과학자 지원 예산 42% 증액" …현장 반응은 "글쎄"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젊은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젊은 과학자' 달래기에 연일 나서고 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15일 오전 서울 과학기술회관에서 젊은 연구자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는 "최근 대학, 출연연 등에서 내년도 국가연구개발(R&D) 예산 감액으로 인한 연구활동 위축, 과학기술인 사기 저하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어 이종호 장관이 후배 연구자들을 직접 만나 정부 정책을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이날 간담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간담회에는 바이오·반도체·에너지 등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와 박사후연구원, 학생연구원 10명이 참석했으며, 젊은 연구자에 대한 지원 방안뿐만 아니라 글로벌 연구개발, 창의적인 연구환경, 평가제도 개선방안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종호 장관은 간담회를 시작하면서 "내년 정부 R&D 예산이 발표된 이후 연구 현장의 우려가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울러 현장에 충분히 알리지 못해 연구자분들의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우리 R&D 시스템이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건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한 체중 감량이 필요하듯, 건강한 R&D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효율이라는 군살을 덜어내고 연구다운 연구의 근육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R&D예산과 제도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젊은 연구자들의 성장을 위한 예산은 축소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후배 연구자분들이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도 지난 7일 30대~40대 과학자 7명을 ‘젊은 과학자 혁신 자문위원'으로 위촉하고 첫 회의를 가진 바 있다.

주영창 본부장은 "내년 전체 R&D 예산은 10% 가량 삭감됐으나, 젊은 과학자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 규모는 올해보다 42% 증가했다"면서 내년 R&D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이 '우수 신진 연구자 지원 확대'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 R&D를 총괄하고 있는 과기정통부 장관과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같은 연구자 출신으로서" 직접 후배 과학자들을 찾아 소통하려는 의지를 표현하면서 간담회 참석자들은 일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참석자들이 '많은 궁금증들이 해소되었다'며, 연구현장의 오해를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을 이어가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젊은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젊은 과학자 지원 예산 42% 증액" …현장 반응은 "글쎄"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공식적인 정책용어가 아닌 '젊은 과학자'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과기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선 "젊은 과학자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 규모는 올해보다 42% 증가했다"는 주장은 과기부의 우수신진연구, 세종과학펠로우십 등과 박사후연수 지원사업, 교육부의 기초연구사업 일부 등을 합한 것으로, 내년 예산안은 올해(5348억원)보다 41.8% 증액된 7581억원이 편성된 것은 맞다.

하지만 기본연구→신진연구→중견연구→리더연구로 이어지는 과기부 기초연구사업의 사다리 구조에서 가장 첫 단계인 기본연구(생애첫연구와 기본연구)사업은 올해 2524억원에서 내년에는 897억원으로 64.5%나 삭감됐다. 이에 따라 1년에 고작 3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는 '생애첫연구'와, 5000만원을 지원하는 '기본연구'는 내년부터 신규과제를 지원할 수 없게 됐다.

또한 학생연구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SRC, ERC, MRC 등 '선도연구센터' 지원사업은 이름만 '글로벌 선도연구센터' 로 바뀌었을 뿐 예산은 올해(2348억원)보다 7.7% 삭감된 216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무엇보다도 석·박사 학생연구원, 박사후연구원들이 기초연구사업에만 포진된 것이 아니라 대학과 출연연이 수행하는 대부분의 R&D 사업에 폭넓게 펼쳐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16.6%라는 사상 초유의 R&D 예산삭감의 직격탄은 대부분 비정규직인 '젊은 연구자'가 맞을 게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한 책임행정원은 "출연연의 경우 대부분 20~30%의 연구운영비 삭감을 당한 상태여서 각 연구실마다 비정규직인 학생연구원들의 인건비를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면서 "과학기술연구에서 수월성을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런 식으로 바닥을 아예 지워버리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수월성으로는 국내 최고 연구기관으로 대우받고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한 연구단장도 "1~2년 지나면 회복될 것이라는 말도 한다는데 한 번 떠난 젊은 과학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무엇보다 과학기술예산을 이런식으로 삭감할 수 있다는 정부의 이런 철학이 과학자를 꿈꾸는 후속세대들에 매우 치명적이다"라고 우려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같은 지적에 대해 "우려를 충분히 알고 있다"며 "학생연구원에게 인건비가 지원되는 경로를 세심하게 파악하고 학생인건비의 적정 규모가 유지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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